아파트 30층 높이 발전기 10개 장관…해안가 근처인데 파도에 묻혀 소음 안들려
"주민 지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사업 추진 11년 동안 주민설득만 9년
"탐라해상풍력 이용률 29.2% 목표치 달성…환경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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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전경. 한국남동발전 |
국내 처음으로 바닷바람을 이용해 발전사업을 시작한 제주도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이곳에 최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하며 꾸준히 수익을 내는 비결을 궁금해하거나 관광 명소로도 떠올라 유럽 해안가에서나 볼 법한 풍경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여서다.
중앙집중식 발전소든 신재생에너지든 이제 지역마다 환경 훼손, 주민생활 불편 등을 이유로 입지를 꺼린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새 돌파구로 여겨지는 해상풍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해상풍력발전은 태양광 발전이 한계에 봉착하자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세계 5대 강국 도약을 청사진을 내놓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동서남해안을 돌며 해상풍력발전 사업 추진 현장들을 직접 찾기도 했다. 해상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산업·지역경제 측면에서 태양광 발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최근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사업별 설비용량 규모가 대체적으로 100메가와트(MW) 수준이다. 보편적인 태양광 발전 1∼2MW의 무려 50∼100배다. 개별 사업비에서도 해상풍력이 5000억∼1조원 정도인데 반해 태양광은 10억 안팎에 그친다. 하지만 해상풍력발전은 최근 갈 길을 잃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태양광처럼 ‘적폐’로 찍혀 속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 육성하자는 게 중앙정부 정책 방향인데도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지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현장을 직접 찾아 국내 해상풍력발전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제주국제공항에서 승용차를 타고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38킬로미터(km) 남쪽으로 1시간도 채 안 달려 도착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제주시 한경면 두모방파제로부터 약 500여미터(m) 떨어진 바다에 아파트 30층 높이의 풍력발전기 10대 나란히 펼쳐졌다. 두모방파제에 서서 바라보니 이 발전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파제에선 풍력발전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관광객 10여명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 대여섯명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지난 10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찾아 처음 마주한 장면이다. 협재해수욕장이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여름철도 아닌데 관광객이 있다는 것은 이곳이 이미 관광 자원화했다는 뜻이다.
또 낚시가 가능하다는 건 해상의 풍력발전기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속도를 못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업지 인근에서 수산업을 하는 어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다. 어민들은 생업 피해를, 환경단체는 해양환경 파괴를 각각 걱정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런 우려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소음도 바다 파도 소리에 묻혀 느낄 수 없었다. 수 킬로미터 떨어져 눈에 보이지도 않은 먼 거리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이날 탐라해상풍력 인근에서 낚싯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낚시꾼들이 낚싯배로 발전기 주변까지 끌고 나와 낚시를 한다"며 "발전기 주변에 통항 금지는 돼 있지 않다. 발전기 소리는 파도소리에 묻혀 잘 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탐라해상풍력 개요 (단위: MW, 원)
위치 | 제주 한경면 두모리, 금등리 공유수면 |
설비용량(MW) | 3 ×10기(30) |
착공일 | 2015.04 |
준공일 | 2017.09 |
총사업비(원) | 165,000,000,000 |
◇ 해안가 근처에서 발전기 소리 파도에 묻혀 들리지 않아…낚시꾼들의 관광지
탐라해상풍력단지의 발전기는 해마다 2만4000가구에 공급할 대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방파제에서 발전기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웅장한 크기에 놀라웠다.
탐라해상풍력 발전기는 기둥 높이가 80m에 이르고 블레이드(날개) 길이는 총 65m에 이른다.
아파트 1층 높이를 3m로 잡는다면 날개까지 합해 아파트 30층이 넘는 크기다. 30층 아파트 건물 크기의 풍력발전기 10기가 방파제 500~1000m 앞에 일렬로 나열해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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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앞 방파제에서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
◇ "주민 지지없이 해상풍력 결코 성공할 수 없어"…사업 추진 11년 동안 주민설득만 9년
제주도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업소를 운영하는 이정임 운영본부장은 탐라해상풍력 사업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꼽았다.
그는 "주민들의 지지 없이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주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소의 운영은 한국남동발전이 맡고 있다. 탐라해상풍력 사업소 관계자들은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사업을 주민 설득을 거쳐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탐라해상풍력 사업소를 찾았을 때는 정광성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는 다른 곳에서 온 손님과 인사를 막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는 "해마다 탐라해상풍력을 찾는 사람이 1600명에 이른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사업을 참고하기 위해 온다"고 말했다.
탐라해상풍력은 처음엔 당시 포스코에너지(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와 두산중공업(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이 사업을 운영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업 추진이 어렵자 지난 2014년 7월 남동발전에 사업권 매각 의사를 알렸다고 한다. 이후 지난 2015년 4월 남동발전이 사업을 완전히 넘겨받기 전에 착공이 이뤄졌다. 같은 해 12월 남동발전은 사업권을 완전히 넘겨받아 2017년 9월 준공했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도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 사업을 유치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한경면에서 해상풍력 사업은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현장 관계자는 "탐라해상풍력 앞에 카페와 낚시가게가 있는 건물은 남동발전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어준 건물"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여기서 얻은 임대료를 지역발전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 중 하나다.
탐라해상풍력단지는 당초 총 설비용량 30MW 규모로 조성돼 현재 운영 중이다. 남동발전은 내년 착공해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이곳에 72MW를 추가해 총 102MW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탐라해상풍력에서 3MW 규모 풍력발전기 10기가 돌아가고 있다. 현재 사업 부지 뒤쪽에 8MW 규모 풍력발전기 9기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탐라해상풍력은 지난 2017년 완공됐지만 그로부터 6년 동안 해상풍력 보급은 지지부진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준공이 예정된 해상풍력 발전소도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급된 풍력발전소는 해상풍력 3개소와 육상풍력 106개소로 총 109개소다. 설비용량으로는 해상풍력 124.5MW, 육상풍력 1658.0MW로 총 1782.5MW가 보급됐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전력생산 계획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풍력을 2030년까지 1만9300MW까지 늘려야 해 7년 만에 지금보다 풍력을 10배 넘게 늘려야 한다. 이중 상당수는 해상풍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0차 전기본은 2030년 국가온실감축목표(NDC) 달성에 맞춰 정해졌다.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착공을 시작하기만 하면 준공까지 시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탐라해상풍력도 착공에서 준공까지 2년 조금 넘게 걸렸다.
탐라해상풍력이 발전사업허가를 처음 받는 건 지난 2006년 8월이었다. 사업 추진 기간 11년 동안 주민을 설득하고 사업 허가를 받는 데 걸린 시간만 9년이었다. 해상풍력 사업에서 주민을 설득하는 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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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현장 사진. 사진= 이원희 기자 |
◇ "탐라해상풍력 이용률 29.2% 목표치 달성…환경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원"
탐라해상풍력을 찾아갔을 때 바닷바람은 그리 세게 불지 않았다. 바닷가 한가운데서는 더 세게 불겠지만 적어도 해안가에서 느껴지는 바람은 그랬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찾아 날 낮 바람의 세기는 초당 4m로 남동발전이 보는 탐라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적정 바람 세기 7m보다 낮았다. 바람 세기는 현장사무소에서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다만 현장관계자는 바람의 세기가 여름철에 가까워지면 약해지고 낮보다 밤에 더 세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세기는 대표적인 육상풍력단지로 꼽히는 강원 태백 가덕산풍력 단지보다는 조금 약한 편이다.
가덕산풍력은 산 정상에 위치해 바람의 세기가 초당 4∼14m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람의 세기를 바탕으로 풍력의 발전수준을 알 수 있는 이용률은 탐라해상풍력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9.2%다.
이용률이란 설비용량 대비 실제로 얼마나 전력을 생산하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용률 29.2%라는 의미는 하루 24시간 중 약 7시간 정도 풍력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탐라해상풍력은 이용률 28.9%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가덕산풍력단지의 경우 태백시에 따르면 이용률이 평균 30∼32%로 탐라해상풍력보다는 바람이 조금 더 센 것으로 파악된다.
탐라해상풍력은 이같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해마다 평균 7만7985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239억원의 평균 매출을 기록했다.
현장 관계자는 탐라해상풍력에서 나온 매출액 중 약 2억원을 해마다 제주도에 상생 명목으로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동의를 얻었다고 해상풍력 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민들의 지지 없이는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도 하기 어렵지만 지지를 받는다고 해서 순탄한 건 아니라고 한다.
탐라해상풍력 확대 사업은 외부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넘고 제주도 도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탐라해상풍력 사업소에 따르면 추가 확대 사업은 인근 지역주민 동의를 받았고 제주도의 심의를 막 마쳤다. 이제 제주도 의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첫 탐라해상풍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이같은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됐는데 올해 사업을 추가 확대하려다 보니 새로운 규정이 생겨서 심의를 거치게 됐다는 것이다.
제주도 인근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탐라해상풍력 외에도 △추자도해상풍력(3000MW) △표선해상풍력(135MW) △월정행원해상풍력(125MW) △한동평대해상풍력(100MW) △대정해상풍력(100MW) △한림해상풍력(100MW) △탐라해상풍력 추가 사업(72MW) 등으로 총 3632MW의 규모로 들어선다. 이중 착공에 들어간 것은 한림해상풍력 뿐이다.
탐라해상풍력 확대 사업은 외부 반대에 부딪혔혔다.
제주도 환경운동연합에서 지금의 탐라해상풍력 확대사업을 반대하고 공공주도 풍력사업을 전환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회 심의 통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바로 정부에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개발행위허가 등을 거쳐 착공에 이를 수 있다.
탐라해상풍력 관계자는 이같은 외부 반대에도 탐라해상풍력은 주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운영본부장은 탐라해상풍력 인근에서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며 "해상풍력은 주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