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전세 수난시대다. 무자본 갭투자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는 전세사기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면서다. 빌라왕의 먹잇감이 된 전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난리고 일반 전세입자들도 역전세난에 발을 동동거린다. 애먼 선의의 주택임대인들도 날벼락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값 급락으로 차액환급이 발등의 불인 가운데 전세를 월세로 돌려달라는 세입자들의 갑작스런 요구에 전세반환금 마련을 못해 아우성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만 피곤한 세상이다.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다. 지난 수십 년간 월세→전세→내집 장만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한 축으로주택수급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이 전세시장이 전세사기로 얼룩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었던 전세시장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왜,갑자기 주택공급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실책 탓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와 나홀로 가구 증가 등 세태변화 탓도 있다.
전세 투기와 시장 붕괴는 3년 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 마자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억제 중심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부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징벌적 과세폭탄, LTV·DTI등 대출규제 옥죄기,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약 30차례에 걸쳐 온갖 규제와 압박을 총동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대책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4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며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수요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수요를 억누르는 데 만 열을 올렸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정부의 170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기름을 끼얹었다. 2020년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을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썼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갱신권까지 반 시장 종합세트를 들였다. 가뜩이나 2020년에는 전세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간 임대사업제도 마저 사실상 폐지하며 화를 키웠다.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보증금 반환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다. 그 틈을 전세보험조차 들지않은 전세 사기꾼이 파고들어 이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서울아파트 전세가격(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률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상승폭을 키웠다. 연간 12.25%라는 기록적인 폭등장세를 기록했다. 폭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70∼90%,더 나아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이른바 갭 투자의 먹잇감이 됐다. 수중에 돈 몇 푼 없이도 집을 사들여 집값이 오르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대학생이고 주부고 너도나도 갭 투자에 뛰어들었고 갭 투자자들의 먹잇감은 아파트에서 연립,단독 등으로 확대되며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됐다. 여기에는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꾼들도 활개를 쳤고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당국은 규제에만 집중했다. 포퓰리즘 입법폭주가 부른 참사다. 애초 에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호미로도 안 막아도 될 일을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피해와 책임은 모두 ‘정책실패 청구서’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한 정책과 입법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역전세난은 심화하며 집주인들은 차액 환급에 비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 사기에 겁먹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로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전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집주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월세전환 수치는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전세입자에게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병 주고, 약 주고다. 근본대책이 아닌 땜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기피해자 구제는 물론이고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세시장이 이 지경이 된 배경을 철저히 따지고 여기서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세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사업 등 임대사업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찔끔 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무너진 주거사다리도 다시 세우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도 살릴 수 있다.
▲정훈식 주필 |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다. 지난 수십 년간 월세→전세→내집 장만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의 한 축으로주택수급 안정과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런데 이 전세시장이 전세사기로 얼룩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 탈 없었던 전세시장이 하필이면 이제와서, 왜,갑자기 주택공급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됐을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주택 정책실책 탓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물론 주택시장 침체와 나홀로 가구 증가 등 세태변화 탓도 있다.
전세 투기와 시장 붕괴는 3년 전부터 예견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 마자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억제 중심의 고강도 대책을 쏟아부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징벌적 과세폭탄, LTV·DTI등 대출규제 옥죄기,재개발·재건축 규제 강화,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등 약 30차례에 걸쳐 온갖 규제와 압박을 총동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대책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지는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시라"며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40%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0%밖에 안 된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며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수요 있는 곳에 제때,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는 시장원리를 거스르며 수요를 억누르는 데 만 열을 올렸으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달리니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폭등했고 이것이 전세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정부의 170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기름을 끼얹었다. 2020년 서민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을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세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릅썼다. 임대차 기간을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한편 계약갱신권까지 반 시장 종합세트를 들였다. 가뜩이나 2020년에는 전세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간 임대사업제도 마저 사실상 폐지하며 화를 키웠다.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사업자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임대보증금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보증금 반환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다. 그 틈을 전세보험조차 들지않은 전세 사기꾼이 파고들어 이지경이 됐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적중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매물이 잠기면서 전세가격은 미친 듯이 뛰었다. 서울아파트 전세가격(KB국민은행 조사 기준) 상승률은 2020년 6월 0.35%에서 7월 1%, 8월 1.18% 9월 2.0%로 상승폭을 키웠다. 연간 12.25%라는 기록적인 폭등장세를 기록했다. 폭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2021년에도 11.86% 폭등했다.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주택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70∼90%,더 나아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빚어지자 이른바 갭 투자의 먹잇감이 됐다. 수중에 돈 몇 푼 없이도 집을 사들여 집값이 오르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대학생이고 주부고 너도나도 갭 투자에 뛰어들었고 갭 투자자들의 먹잇감은 아파트에서 연립,단독 등으로 확대되며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됐다. 여기에는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꾼들도 활개를 쳤고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당국은 규제에만 집중했다. 포퓰리즘 입법폭주가 부른 참사다. 애초 에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호미로도 안 막아도 될 일을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피해와 책임은 모두 ‘정책실패 청구서’로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한 정책과 입법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이었던 2021년 임대차 계약 2년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역전세난은 심화하며 집주인들은 차액 환급에 비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 사기에 겁먹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로 대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일반 전세입자와 집주인간의 보증금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집주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이른바 역전세 대란이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전국적으로 100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월세전환 수치는 빠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기 피해를 입은 전세입자에게 국민혈세를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병 주고, 약 주고다. 근본대책이 아닌 땜방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정치권은 사기피해자 구제는 물론이고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전세시장이 이 지경이 된 배경을 철저히 따지고 여기서에서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세시장을 망가뜨린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사업 등 임대사업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찔끔 찔끔 대책을 발표할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한 시스템부터 점검해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그 근본 해법이다. 그래야 무너진 주거사다리도 다시 세우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