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5건 이후 적발건수 해마다 급감
신종 주가조작 수법으로 감시망 피해
금융당국, 최근 10년 거래 전수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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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김기령 기자] 금융당국의 시세조종 적발 건수가 최근 수년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라덕연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일당이 신종 주가조작 수법을 통해 시장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은 라 씨 일당과 유사한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한 사례가 있는지 과거 거래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21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주가조작 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시세조종 처리 건수는 고발 1건, 수사기관 통보 1건 등 단 2건에 그쳤다.
시세조종은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주가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3년간 시세조종 처리 건수는 2020년 15건(고발 9건·수사기관 통보 6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2건(고발 8건·수사기관 통보 4건), 지난해에는 8건(고발 4건·수사기관 통보 4건) 등으로 감소했다.
주가조작 세력은 치밀하고 고도화된 수법으로 금융당국 감시망을 피해가고 있다.
라 씨 일당 사례만 봐도 금융당국은 자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고 한 언론사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다. 라 씨 일당은 대상 종목 주가를 2~3년에 걸쳐 장기간 관리해오며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은 대부분 단기간인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수년에 걸쳐 주가를 조작한 이번 사태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들은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 수백 대를 개통해 명의인 집이나 직장 주소지 근처 등지에서 대리 매매하는 수법으로 ‘동일 세력 분류’를 피했다.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약을 통해 실제 투자자 정보와 거래 내역 파악을 어렵게 한 점도 특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SG증권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복합적이긴 하지만 장기에 걸쳐 기존과 다른 거래 패턴을 보였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10년간 거래 및 CFD 전체 계좌 3400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하게 CFD 계좌를 이용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조작한 세력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강화된다. 당정은 기존 형사처벌 이외에 부당이득의 최고 2배를 환수하는 과징금 체제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주가조작 포상금 한도를 현행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두 배 늘리고 자진신고자 감경 제도 도입을 추진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