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력수요 분산 정책, 효과 높이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23 08:00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성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에서 전기를 생산시설의 동력과 조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는 기술적 제약 때문에 수요 지역에 가깝게 발전기를 설치해야 했다. 또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전압과 주파수 등 전기적 특성이 서로 달라 다양한 종류의 전기들이 생산 및 공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산형 소량생산의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익이 보장될 정도로 인구 밀도가 높아 수요가 보장되는 지역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런 전기산업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은 대공황 시기 정부의 개입이었다. 그 결과 철저하게 자본주의 중심으로 형성됐던 전력 네트워크가 인구 밀도가 적은 지역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력회사에 이익을 보장하는 체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유연하거나 역동적인 산업적 색채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누적돼온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전기 산업이 늦게 형성된 것이 오히려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와 디지털 중심의 산업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력망을 구성할 때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발전량 예측이 어려운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관리적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변동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등장했다.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공급 부문과 수요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급 부문에서는 변동성을 예측해서 사전 대응하는 것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대응 및 조정이 가능한 전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을 활용한다. 그런데 이 역시 전량 수입하는 LNG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수요 부문에서 변동성을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다. 분산시킬 수 있는 축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시간적 분산은 부하 감축 및 이동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시간적 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전력망의 확충에 따른 복잡성 증대라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간적 분산을 추구하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공간적 분산은 기존 수요를 이전시키거나 신규 수요를 창출할 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곳으로 유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전력 수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산업용이기 때문에 전력 다 소비 업종을 발전원 인근 지역 중심으로 형성하는 것이 요즘 회자 되는 하나의 솔루션이다. 이는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고 설비 구축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등 에너지 측면의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 소멸위기 대응 및 국토균형 발전의 추진과도 상호 보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포함해 해당 산업 생태계 및 가치사슬 측면까지 고려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수도권이나 지방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어떤 산업이 형성된 데에는 초기에는 정책적인 측면이 컸겠지만 그 이후 자연적으로 증가한 매력이 기업의 입지 선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산업 수요와 더불어 가정 및 상업적 수요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이는 에너지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주거, 교육, 문화, 교통 등 다양한 삶의 요소들의 측면까지 모두 고려해 지역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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