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종합토론
"에너지 분산 성공하려면 인센티브를 넘어서 거점도시 마련 필요"
"수요증가·디지털화 예측 실패…이제 공급분산 넘어 수요분산으로 가야"
▲에너지경제신문·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공동주최,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의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이원희 기자] "단순히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다소비 시설을 지역에 옮기면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에 거주환경 개선과 여러 산업과 연계를 통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에너지 수요 분산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분산에너지와 지역균형 발전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무경 국민의힘 국회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과 에너지지경제신문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토론자들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 사용하는 중앙집중형 전력망 시스템이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송전망 구축의 어려움으로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이들은 지역균형발전을 하기 위해서도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 지역에 있는 발전설비 근처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에너지 다소비 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이 지역으로 가려면 그만큼 기업을 위한 거점이 형성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패널토론은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패널토론에는 박상희 산업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 임은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참석했다. 패널토론에 앞서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에너지 수요 분산 방안’,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이 ‘지역소멸 방지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가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 "에너지 수요 분산 성공하려면 인센티브를 넘어서 거점도시 마련 필요"
토론 좌장을 맡은 박호정 교수는 "우리에게 에너지 수요 분산 이슈가 시급한 게 정부가 수립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70기가와트(GW)가 늘어나야 한다"며 "하지만 송변전망 시설을 하나 만들 때 보통 우리가 한 7∼8년을 잡는데 실제로는 10년 이상 걸린다. 2030년까지 들어오는 재생에너지 70GW를 수용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이슈"라고 이번 토론 주제의 중요성을 알렸다.
▲임은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은선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분산화를 위해 적절한 입지모형과 클러스터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센터 등은 민간시설이기 때문에 억지로 데려올 수 없다. 지역에 가는 게 장점이 있어야 갈 수 있다. 지자체도 막연히 유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철저한 분석과 책임을 통해 진정한 인센티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해안형 거점 유치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업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입지모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 여러 부처들이 정책 수단을 모아서 지역에 맞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규제를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 그린산단과 스마트시티 등 기업 주도형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안"이라며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복지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이 에너지 다소비 시설을 지역에 설치하게 하려면 결국 기업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거점도시 마련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손성호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전력망보다 최신형이고 기술적으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수요가 증가하고 디지털화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제는 공급의 분산을 넘어 수요의 분산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비 대부분이 지리적 이점, 비용절감으로 치우쳐서 지역 군집형태를 띄게 됐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갈등과 사회적비용이 늘어났다"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간적 분산이 필요하다. 기존 수요를 옮기거나 신규 수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 다소비 업종 지방이전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경제적 인센티브 등 다른 여건들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해당 산업생태계 등 여러 유인책이 필요하다. 시설의 분산과 함께 인력을 유치할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지역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면 경제적 인센티브는 물론 인력보장 측면에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신세대를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주거,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에너지 소비할 수 있는 산업시설 하나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산업생태계와 가치사슬이 함께 가서 거점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데이터센터 지역균형발전 마중물…산업부 에너지 분산 적극 추진"
▲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정책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희 과장은 "중앙집중형 전력망은 한계다. 산업부는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력 수요 분산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방안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이전을 에너지수요 분산 차원에서 강원도, 특히 동해안 등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도 수용하는 분위기다"며 "지역으로 분산할 경우 시설부담금이나 예비전력 면제 등을 마련했다. 지자체에서도 투자유치 보조금, 취득세 면제 등 기업이 이전할 경우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낙 수도권에 인프라가 잘 돼 있고 정주여건 등 탄탄하기 때문에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전기 공급이 안되면 다 소용 없는 일"이라며 "데이터센터 이전 목적은 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법에 규정돼 있다. 5메가와트(MW)이상 대규모 전력소비를 할 경우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 등 기술적 요인과 일자리 창출, 고용효과, 주민 수용성까지 평가를 해 통과한 기업이나 수요자에게만 전력을 공급하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역전기요금 차등제가 필요한데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지역에 맞게끔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분산 정책 필요성과 과제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분산에너지 육성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제시됐다.
유재국 입법조사관은 "에너지시설 분산으로 인구소멸을 지역에 입지를 해서 인구 유출 속도를 낮춰보자는 건 좋은 주제지만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이 있어왔다"며 "제도화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입법조사관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로 분산형 전원 명확화와 경제효과 파악, 전력시장제도 개선 등을 언급했다.
그는 "분산형 전원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분산형 전원을 포괄적으로 잡으면 일부 필요없는 사업자도 덕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산형 전원의 정의에 대해 "수요인근지에 건설해서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설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산형전원과 에너지 수요시설에 대한 비용과 위험을 명확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로 분산전원이 송전망 구축을 최소화하고 경제적으로 효과가 큰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입법조사관은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와 전력을 거래하는 금액과 한전이 소비자와 거래하는 금액이 완전히 다르다"며 "지금 이런 가격구조 체계에서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도가 도입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유치가 여러 지식기반 산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송인호 경제정보센터소장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넘어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선터가 하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시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서 여러 IT 기업들의 유치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있다"며 "데이터센터 하나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걸 넘어 주변의 일자리 유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이 데이터센터가 여러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면 정부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마중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제 발표를 진행한 조홍종 교수는 "동해안 송전망은 지난 2021년 말에 개통하기로 했으나 2027년에나 지어질 것 같다"며 "한전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직접 전력구매계약(PPA)과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