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특집] 韓 기업 코로나19 시기 통큰 베팅···‘빛’ 대신 ‘빚’?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31 15:36

신세계 이베이 인수 부담 가중

GS ‘요기요 베팅’ 시장 침체 ‘울상’



롯데 중고나라 인수도 시너지 아직

"장기적 안목 시너지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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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코로나19 시기 신사업에 ‘통큰 베팅’을 한 기업들이 엔데믹 국면에서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있다. 이커머스, 배달, 중고거래 등 성장하던 사업에 손을 뻗었지만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 요기요를 사들인 GS그룹, 중고나라를 품은 롯데그룹 등이 ‘빛’을 따라가다 ‘빚’만 지는 게 아닐지 걱정하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들어 경쟁사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핵심 회사인 이마트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4% 빠진 13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편의점 사업을 하는 이마트24는 영업손실 39억원을 내며 적자폭을 키웠다. 백화점 부문도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며 영업이익(1215억원)이 전년 대비 줄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지난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한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각종 상각비용과 이자 등이 회계장부에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지마켓(G마켓)의 경우 최근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다.

GS그룹은 당장 실적보다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다. 2021년 팬데믹 시기 사모펀드와 손잡고 배달앱 ‘요기요’ 등을 서비스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1조원에 인수한 탓이다. 엔데믹 국면 배달 시장 분위기는 고물가라는 악재를 만나며 빠르게 식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 월평균 이용자 수는 2898만명으로 전년 동월(3532만명) 대비 18% 줄었다.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인수한 중고나라도 적자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1년 ‘당근마켓’ 등의 성장세를 보고 1000억원을 투입해 이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 중고나라의 작년 영업손실액은 95억원으로 전년 대비 8배 커졌다.

재계는 코로나19 이후 시장 환경이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당장 수익·성장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사업 부문별 시너지를 노리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지마켓과 SSG닷컴 등이 함께 주목받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오프라인 분야에서 이미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한 만큼 노하우를 더 쌓으면 온라인 부문 존재감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GS는 최근 요기요의 ‘이색 프로모션’을 주도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월 이용료 9900원을 내면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요기요가 1위 배달의민족과 점유율 격차를 줄일 경우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롯데는 중고나라의 수익모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엔데믹 시기라 해도 고물가 부담에 중고 거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중고나라의 매출액은 지난해 1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보다 16.7% 늘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패한 인수합병(M&A)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나중에 빛을 보게 된 사례가 많다"며 "하이닉스에 베팅했던 SK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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