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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무대는 미국 주주행동주의 100년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던 8대 주주행동 사건이다. 노던파이프라인에 쌓아둔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도록 이끈 벤저민 그레이엄의 온건한 주주행동, 사기 사건에 휘말려 저평가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살려낸 워런 버핏의 정의로운 행동주의, 경영진의 전횡 때문에 무너져 가는 제너럴모터스를 살리려고 행동에 나섰다가 바이아웃 당한 로스 페로, 아버지가 세운 기업의 주주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기업을 공개매각한 칼라 쉐러, 우량기업 BKF캐피털을 무너뜨린 카를로 카넬의 왜곡된 주주행동 등이다.
주주행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식도 흥미롭다. 1927년 주주들에게 잉여현금을 분배하라는 그레이엄의 요구에 기업은 "우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라"라는 식으로 대응하다가, 그레이엄이 많은 의결권을 모으자 싸움을 포기하고 주주들에게 잉여현금을 분배한다.
1954년 로버트 영이 뉴욕센트럴철도를 인수하려고 싸움을 걸었을 때 기업은 적극적인 위임장 대결을 벌인다. 1985년 칼 아이칸이 기업을 공개 매수할 때는 ‘포이즌 필’ 전략을 가동했다. 기업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기업 인수를 어렵게 하는 제도와 기업의 방어 전략이 점차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1920년대 역사상 최초로 기업의 잉여현금을 돌려받은 벤저민 그레이엄 이야기로 본문은 시작된다. 1926년 서른두 살의 청년 그레이엄은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을 찾아가 회사에 쌓아둔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 요구는 묵살된다.
이듬해 그레이엄은 주주총회에 참석해 같은 요구를 하려고 했지만 그의 동의에 재청하는 사람이 없어서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 당시 그레이엄은 야간열차와 완행열차를 번갈아 타며 머나먼 주총에 참석한 유일한 외부 주주였다. 그로선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레이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록펠러재단에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위임장을 받아냈다. 결국 1928년 주주총회 몇 주 뒤 노던파이프라인 경영진은 잉여현금 분배를 결정했다.
2장은 1930년대 위임장 대결에서 승리해 뉴욕센트럴철도를 인수한 로버트 영의 이야기다. 당시 뉴욕센트럴철도의 CEO였던 윌리엄 화이트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월가의 ‘악덕 은행가’들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로버트 영은 화약공장에서 말단 운반수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GM의 자금부 차장까지 고속 승진한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는 월가로 진출한다.
3장은 1960년대 워런 버핏이 샐러드오일 사기 사건에 휘말린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에 개입한 이야기다. 아멕스의 자회사인 위탁창고관리회사가 ‘얼라이드크루드오일’이라는 고객으로부터 샐러드오일을 보관하고 있었고 아멕스는 이를 담보로 얼라이드에 창고증권을 발급해주었는데, 1963년 그것이 샐러드오일이 아닌 바닷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거대 사기극으로 월가는 아수라장이 됐고 아멕스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에 아멕스 주가는 50% 넘게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1억2500만달러나 감소했다. 워런 버핏은 아멕스의 기업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 주식을 대량 매수해 아멕스의 대주주가 된다. 워런 버핏은 이후 경영에 개입하며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아멕스가 사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일부 주주들이 이를 가로막자 버핏이 개입한 것이다. 버핏은 아멕스 CEO에게 서한을 보내 샐러드오일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지켜내는 길이라며 일부 주주들의 항의에 흔들리지 말고 보상금 지급을 추진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버핏은 위험에 처한 우량기업의 경쟁우위를 지켜내는 데 성공하고 아멕스 투자에서 큰 수익을 낸다. 아멕스 투자의 성공은 버핏의 투자 인생에 커다란 전기를 가져온 성공이었고 이를 계기로 그는 비로소 그레이엄의 투자 스타일에서 벗어났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도 한껏 물이 오른 주주행동주의 투자의 역사와 실행 전략을 담은 책이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정의로운 주주행동’부터 KT&G 투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칼 아이칸, 우량기업을 무너뜨린 카를로 카넬의 왜곡된 사례까지 주주와 기업 간 역사적인 대결들을 생생하게 전하며 심층 분석했다.
헤지펀드매니저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외래교수인 저자 제프 그램은 미국 주주행동주의 8대 사건에 실제 사용된 오리지널 서한들을 이 책에서 처음 공개했다. 단순한 기업사냥부터 위임장 대결, 그린메일, 13D 양식 제출, 기업 망신 주기 등 다양한 전략과 자료를 소개한다.
제목 : 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 주주행동주의
저자 : 제프 그램
발행처 : 에프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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