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국민의힘 '강속구 좌완투수' 데려와야 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07 08:59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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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2020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오른손잡이가 88%, 양손잡이는 8%, 외손잡이는 4%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왼손잡이가 15%인 것에 비해서 매우 낮다. 특히 48%는 일상생활에 ‘왼손잡이는 불리하다’고 답했고 ‘유리하다’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그런데 왼손잡이가 유리한 분야가 있다. 야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루하기 때문에 좌타자가 유리하다. 그래서 오른손잡이지만 타석은 왼쪽에서 들어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많다. 감독들도 좌타자를 1번 타자로 배치하는 것을 선호하여 프로야구 정상급 리드오프 중에 상당수가 좌타자다. 특히 좌타자는 우완투수에 강하다. 좌타자들은 우완투수의 팔이 잘 보이는데다 우완투수들이 워낙 많아 그 공의 궤적에 익숙해 상대하기 비교적 편하다.

그런데 좌타자는 좌완투수에는 약하다. 이는 좌타자가 좌완투수를 상대할 땐 투수의 팔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좌완투수 자체가 드문지라 그 궤적마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타자를 견제하기 위해서 좌완투수를 선택한다. 또 좌완투수는 1루를 바라보는 포즈로 투구하므로 도루 견제도 효율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우완투수들에 비해 볼의 스피드가 떨어진다. 그래서 강속구 좌완투수는 마운드의 로망이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좌완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습성 상 우완투수가 대세지만 좌완투수의 부재 속에서 지속적으로 팀의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아군의 연습용으로도 좌완투수는 필수적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더욱 그렇다. 정치에서 진보를 왼쪽 날개(좌익)라고 하고 보수를 오른쪽 날개(우익)라고 한다. 새에게 양 날개가 필요하듯 정치에도 양 날개가 필요하다. 새는 우익으로 추진력을 얻고 좌익으로 평형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원활한 정치를 위해서는 우익의 ‘효율’과 좌익의 ‘평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이 일사불란만을 강조하면 추진력은 갖지만 평형감각을 잃게 되고, 반대로 평형만을 주장하면 평등사회는 이뤄지지만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현 정국을 운영하는 국민의힘을 보면 추진동력은 실감하지만 평형감각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위원 20명 중 80% 이상이 이른바 ‘SKY’대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80% 이상이 검사출신이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공약하고 당대표에 당선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연포탕에는 낙지가 없다. 윤핵관만 있는 ‘영남탕’이다. 좌완투수를 완전히 배제하고 원팀만을 강조하는 우완투수진으로는 좌타자들의 공격에 역부족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전남대, 동아대 등에 이어 부산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이 보다 앞서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 감리교회 목회자들 그리고 지역기독교교회전국협의회가 시국선언을 했다. 원 팀을 강조하는 일사불란성이 빚어낸 난국이다. ‘윤석열만 제외하고 모두 바꾸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핵폭탄을 맞았던 2020년 4월 총선의 악몽이 2024년의 총선에서 재연될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당시는 국민의힘에 이준석(35세), 김재섭(33세), 박진호(30세), 천 아람(34세) 등 30대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내부 총질", "어린놈들이 남 탓만"이라며 좌파로 몰렸던 이들이 있어 20대의 불모지에서 2년 뒤 2022년 보수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 남 탓만 하는 ‘어린놈’들도 없고 ‘내부총질’을 하는 좌파도 없다. 여기에 경제는 최악이다. 물론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의 증후는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전초임에는 틀림없다. 한국갤럽의 최근 내년 총선 전망(5월30∼6월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 여론조사 결과 37%가 ‘여당 다수당선’, 49%는 ‘야당 다수당선’을 꼽았다. 이대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를 면하기 어렵다.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의힘이 중도를 포용하는 좌향좌, 강속구의 좌완투수를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힘을 받는 이유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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