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기소·선고 사례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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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수사사례 중 중대재해처벌법 조항별 의무위반 현황.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 시 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중처법 주요 기소·선고 사례 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34건의 사건 중 시행령 제4조 제3호 위반사건이 28건(82.4%)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평가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제5호(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 위반은 20건(58.8%), 제8호(비상대응매뉴얼 마련 및 점검)는 17건(50.0%), 제4호(안전보건 예산편성)는 15건(44.1%) 등으로 주요 위반 조항으로 꼽혔다.
‘위험성평가’는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를 추정·결정해 감소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보고서는 그간 기소사건을 분석한 결과 중대재해 수사과정에서 위험성평가 여부를 중심으로 범죄성립 여부가 논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철저한 위험성평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위험성평가와 관련한 수사 중점사항으로는 △사고발생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 여부 △위험성평가 외 유해위험요인 파악절차 마련 유무 △경영책임자에 의한 점검 및 필요조치 적정성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기업들은 필수적으로 위험성평가 절차를 사전에 구비하고 위험성평가가 누락되는 작업이 없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기록도 철저히 보존해 혹시 모를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위험성평가를 중대재해 예방·재발방지 핵심수단으로 확립했다. 향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300인 이상 기업에서 5인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년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소기업에도 법이 적용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위험성평가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이를 외부기관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위험성평가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적극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처법의 책임주체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현재까지 사건들을 보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나아가 법상 처벌대상인 경영책임자와 관련 검찰이 그룹총수(회장)까지 책임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처법 취지에 비추어 적극적인 안전조치는 주체에 관계없이 장려돼야 하고 이는 불리하게 평가되면 안된다"며 "불합리한 수사경향 때문에 경영책임자로 평가받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과 관련 보고도 받지 않고 지시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법 제정 당시 법체계가 처벌중심으로 이루어져 예방보다 대표이사 징벌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중대재해 발생 이후 사업매각 등 실질적 폐업에 나서는 부작용 사례가 속출할 수 있어 시급히 예방 중심으로 법체계를 바꾸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