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지연에 노조 갈등까지…난기류 만난 항공업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07 13:53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승인, 11개국 관문 넘었지만 미·EU·일본 '아직'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준법 투쟁 돌입…승객 탑승 시간 지연 우려

EU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시 경쟁제한 우려<YONHAP NO-4320>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연이은 악재를 만나 휘청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노사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미국·EU·일본의 규제당국이 통합 항공사가 독점적인 지위로 시장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주요 1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관문은 넘었다. 이 가운데 중국과 호주·영국 등은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가 양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막바지에 커다란 장벽을 만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행정부가 한국 항공사의 합병을 막고자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 법무부(DOJ)는 대한한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2년여 동안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항공사의 미국행 중복 노선이 합쳐지면 자국 항공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를 계기로 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합병 문제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심사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EU와 미국·일본 등의 규제당국에 해외 노선의 슬롯을 양보할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는 합병 이슈뿐만 아니라 비행 중 비상문 열림 사고와 노사 갈등 상황에도 휩싸여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준법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달 23∼28일 조합원 1095명이 참여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39%(874표)의 찬성표를 얻어 쟁의권을 확보했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국제선 출발 1시간 20분 전, 국내선 출발 1시간 전에 출근하는 것이 규정이다. 하지만 해당 시간은 사전 서류 검토와 회의 과정을 거치기엔 부족하다. 이에 조종사들은 원칙적인 시간보다 30~40분 전에 모여 비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는 규정시간에 맞춰 출근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승객 탑승 시간이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준법 투쟁을 진행하면서 사측과 임금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여간 임금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결렬됐다. 조종사노조는 10%대 인상안을, 사측은 2.5%의 임금 인상률을 각각 주장했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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