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 /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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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기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연구교수/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사무총장 |
우리 사회에서 ‘ESG’라고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나 하는 활동 쯤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와 투명경영, 공익활동 측면에서 ESG를 운운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그들만의 활동’으로만 오인하는 듯 하다. 이는 ESG가 왜,지금 대두됐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채 기업에 대한 의무사항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인 듯 싶다. 사실 ESG는 기후위기 극복과 배려·화합·정직·투명한 사회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게 근본 취지다. 따라서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인에게 해당되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활동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ESG의 3요소 중에서 개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 바로 환경이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빼놓고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몇 십 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 증가로 이어지며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 및 폐기물 증가의 주된 요인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포장비닐,포장용기 등의 사용이 덩달아 늘어나면서다. 우리나라의 1인당 택배건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40%가량이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활용률은 62%에 불과하다. 그마저 민간에서의 폐플라스틱 처리에 대한 통계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에 대한 재활용률은 27%에 그치고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6.4%에 불과하다. ‘Reduce(감축), Reuse, Recycle’ 이라고 하는 ‘3R 지침’과 재활용이라는 구호에 의지하기에는 플라스틱 오염과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는 등 폐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플라스틱 생활을 너무 친숙하게 즐기고 받아들이니 총체적 난국이다.
화학물질을 포함한 인공물질과 천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우리는 이를 동일시한다. 유럽인들은 의식주에서 값싸게 인식되는 인공재료는 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천연재료를 쓰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아무거나 가격만 싸면 된다’는 식이다. 먹거리도 각종 인공가공식품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즐기고, 화학물질 덩어리인 집에서 매일 거주하면서 국민의 절반이상이 도시에 살면서 화학물질로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신다.
요즘 보기 드물게 3대에 걸친 6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사는 필자는 과거 어려웠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검소하고 자연적인 생활행태와 MZ세대의 풍족하고 인공적인 문화를 즐기는 이질적인 두 문화와 매일 접하며 그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지구위기를 구하기 위한 삶의 방식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버리지 않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재활용해서 쓰레기 배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활방식이 더 점수를 받는다. 이에 비해 자손들은 3R 교육을 받았음에도 모든 포장지는 쓰레기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버린다.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으로 에너지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도 요즘 세태는 에너지를 함부로 팡팡 쓴다. 가계에서는 정책은 물론이고 가격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보니 절약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여름과 겨울에 난방과 냉방기기를 팡팡 돌린다. 이러니 다가오는 미래에는 얼마나 많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할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로 조명, 가전제품, 냉난방 등 가정용전기 사용비율은 20%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전기차를 충전해야 하고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 크게 늘어나 전기사용량은 급증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ESG를 잘 실행하는 길은 국가, 기업, 가계의 각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리더십과 정책 결정 아래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국민 교육 및 인식 제고를 위한 계몽할동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 인식 아래 생활습관으로 무장해야 기업들의 ESG 활동이 비로소 조기에 빛을 보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