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 많은 배우자 국민연금 예상수령액 많으면...‘이렇게’ 해야 유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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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연령·소득 격차가 큰 부부 등의 경우 유족연금 수령액에 따라 연금액에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세심한 계산이 당부된다. 배우자 사망 뒤 유족연금을 받는다면 본인의 연금 수령액은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유족연금을 수령할 경우 본인 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중복급여 조정장치’를 두고 있다.

이 장치는 부부가 수급 연령이 돼 노령연금을 받다가 한 사람이 먼저 숨지면 남은 배우자가 자신의 노령연금과 숨진 배우자 유족연금 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한 가지를 고르도록 한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나 노령연금 수급권자 또는 장애등급 2급 이상 장애 연금 수급권자가 숨지면 이들에 의존해온 유족이 생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급하는 연금 급여다.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만큼 받아 가는 민간 연금 상품과는 달리, 사회보험이기에 소득 재분배 기능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 전체 형평성 차원에서 한 사람이 과다하게 수급하지 못하게 막고 더 많은 수급자에게 급여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규정을 뒀다.

이런 규정으로 현재 자신의 노령연금과 숨진 배우자 유족연금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연금 수급 형태가 달라진다.

자신의 노령연금을 고르면 현행 중복지급률에 따라 유족연금 3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자신의 노령연금(월 100만원)과 유족연금(월 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겨 자신의 노령연금을 고르면, 노령연금액 100만원에 유족연금액 30%인 15만원을 합쳐 월 115만원을 받는 것이다.

유족연금 중복지급률은 2016년 12월 이전까지 20%였다가 30%로 올랐다. 다만 이 역시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50%)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형평성 문제로 유족연금 중복지급률을 40%나 50%로 상향 조정하려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반대로 자신이 받는 노령연금보다 숨진 배우자가 남긴 유족연금이 훨씬 많아 유족연금을 고르면 사정이 크게 바뀐다. 자신의 노령연금은 전혀 못 받고, 유족연금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족연금이 100만원이고 자신의 노령연금이 50만원이라면, 자신의 노령연금을 택했을 때 수령액은 유족연금 30만원을 가산해 80만원이 된다. 이 경우 자신의 노령연금 50만원을 완전히 포기하더라도 유족연금 100만원을 택하는 게 이익이다.

즉, 배우자가 본인에 비해 고소득·고령인 정도가 심할수록 본인 연금 수령액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지만 임의가입하거나 임의계속가입 한 전업 주부 등이 유족연금을 고르게 된다면, ‘자발적 불이익’을 선택한 꼴이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은 사업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가 될 수 없는 18세 이상~60세 미만 국민이 국민연금 가입을 선택해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임의계속가입의 경우 60세에 도달해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상실한 이들을 대상으로 가입 기회를 제공한다. 연금을 탈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을 60세 전에 채우지 못했거나, 가입기간 연장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고자 하는 경우 65세에 달할 때까지 국민연금에 계속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본인 노령연금 포기’ 상황과 관련해선 그간 수급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족연금을 골라도 자기 노령연금 일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연금 개혁을 위해 가동 중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10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연금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현실을 고려해, 일정 중복급여 조정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등을 모두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유족연금 급여 수준도 소득대체 기능 수행 측면에서 볼 때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2021년 월평균 유족연금 지급액은 29만 7247원으로, 월평균 노령연금 지급액(55만 6502원) 53.4%에 불과했다. 이는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받는 기초연금(30만원)보다 적고, 1인 가구 최저생계비(54만 8349원) 54.2% 수준에 그친다.

가입 기간별 유족연금 소득대체율은 10년 미만 8%, 10년 이상∼20년 미만 10%, 20년 12% 등이다. 이 역시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에 따른 최저 급여기준 40%에 훨씬 못 미친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자 생애 평균소득과 대비한 노후 수령액 비중을 말한다. 연금 급여율이라고도 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40년 기준) 월 평균소득이 300만원이라면 나중에 연금으로 월 120만원을 받게 될 때 소득대체율이 40%가 된다.

가입 기간이 짧을수록 지급률을 낮게 차등 적용하고, 이른바 ‘의제 가입 기간’을 20년으로 짧게 설정한 것도 유족연금 급여 수준이 낮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의제 가입 기간은 사망자의 가입 기간이 20년이 안 되면 20년간 가입한 것으로 간주해 유족연금 기본연금액을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유족연금 지급률은 사망자 가입 기간에 따라 40∼60%로 다르다. 사망자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20년 가입 전제) 40%를 유족이 받는다. 가입 기간 10∼20년 미만은 50%, 20년 이상은 60%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은 17년 정도에 불과해 대체로 50%에 해당될 확률이 크다.

정 부연구위원은 유족 소득 보장을 위해 유족연금 지급률을 사망자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기본연금액 60%로 일원화하고, 의제 가입 기간을 현행 20년에서 30년으로 상향 조정해 유족연금 적정 급여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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