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진정한 ESG 금융 활성화를 위한 트리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1 09:23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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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ESG 금융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 부처 합동으로 ESG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ESG 공시와 채권발행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일관되고 신뢰 가능한 ESG 평가를 위한 가이던스 운영 계획이 수립됐다. 환경부는 환경 분야의 그린워싱(greenwashing) 방지 및 녹색금융 확대를 위해 녹색분류체계를 개정,공표했다

ESG 금융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필자가 15년 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켜보며 연구해 온 녹색금융이 드디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다. 당시에는 탄소금융, 지속금융, 녹색금융, 기후금융, 환경금융 등 정의도 범위도 알 수 없는 개념들이 난무했고 정작 중요한 실제 시장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 과거에 ESG 금융으로 소개된 금융은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바라는, 즉 수익성에 기반을 두지 못해 스스로 자리잡지 못하는 금융방식이었다.‘ 지속 가능 경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떠받치는 금융수단은 고사하고, 그 금융의 방식 자체도 지속 가능하지 못한 채 15년을 허송했다.

가장 이상적인 ESG 금융의 발전 방식이라면 실물시장을 기반으로 파생된 금융 수요가 스스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ESG 금융은 그렇지 못했다.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환경(Environmental) 외의 분야는 소액주주권리 찾기 운동, 부실채권 조정, 자산건전성 강화 명분 등으로 일찍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관련 자금수요가 존재했다. 하지만 환경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불과 3년 전부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국제금융협의체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에 가입하며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및 금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이이뤄졌다. EU 등에서 비재무정보 공개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통해 ESG 공시 확대를 적용해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국제회계기준(IFRS)을 중심으로 표준화되고 있는 ESG공시를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상황이다. 다만, 에너지·환경 실물시장과 금융 모두를 다뤄온 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ESG 금융의 성장이 실물시장과는 괴리돼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스스로 살아남지 못하는 ESG 금융의 급발진은 15년 전의 녹색금융 논의가 그러했듯이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아래서 규제를 받는 산업부문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제도 아래서 매년 엄청난 의무비율을 감당해야 하는 발전사들이 이런 ESG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은 상장사가 아니어서 공시 대상도 아니다. 민간발전사라 하더라도 현재 사후적인 전력생산비용 정산 과정으로 묶여 있는 이들이 ESG 금융이란 젖줄이 적용 가능한지도 모른다. 차라리 에너지공단에서 제공하는 관 주도 금융지원사업이 훨씬 심플하고 구미에 당길 것이다. 민간참여가 없어 규모는 초라하지만 말이다. 또 투자의 주체인 산업계가 아닌 금융계 입장에서는 자금 확보 차원에서 녹색채권 발행 수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채권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애초 의도했던 대로 대출에 나선다는 보장도 없고,녹색채권 발행 절차도 까다로워 그럴 바엔 번거롭지도 않은 일반 은행채, 회사채 등으로 발길 돌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세를 봐야 하겠지만 이대로라면 E(환경)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 ESG 금융도 수년 안에 유행 지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ESG 금융을 다루는 부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괴리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ESG 금융에 대한 기업들의 피로도를 줄임과 동시에 ESG 금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처간 조율이 필요하다. 돈은 식물에 주는 물과 같다. 굳은 땅에 갑자기 물을 줘봐야 흡수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헛수고다. ESG 금융이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물시장 및 금융시장이 동시에 제도적 정비와 함께 자금 수요와 공급의 매칭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그렇게해도 과거 녹색금융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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