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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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앞두고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문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다. 그 때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바닷물이든, 수산물이든 아무런 영향도 나타나지 않았다.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있고 그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고 하는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배출기준 이하로 낮춘 것으로 2011년 당시 배출량의 0.0003 ~ 0.0005배 정도로 추산돼 문제가 될 턱이 없다.
다핵종제거설비 이른바 ‘알프스(ALPS)’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배출기준인 6만Bq/L보다 훨씬 낮은 1500 Bq/L로 방류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인 1만Bq/L보다도 낮다. 방류지점으로부터 2∼3km 떨어지면 바닷물에 희석돼 삼중수소의 농도는 1 Bq/L로 낮아진다. 이는 빗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수준이다. 평형수 형태로 퍼온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과도하지 않은 배출기준 아래로 배출하는 폐기물에 대해 옆 나라에서 뭐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공장폐수의 배출기준 이내의 배출에 대해서 옆 나라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야당 등 일각에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위험하다고 선동한다. 그 선동 기법(?) 가운데 하나가 ‘좁은 틈으로 제한된 정보만 보게 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ALPS 필터의 성능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처리해야 하는 오염수가 많다.필터를 교환하기 어렵다. 필터가 이물질 등으로 막히는 사례가 있다. 한 번에 다 걸러지지 않아서, 한 번 거르고도 배출기준을 넘을 수 있다’ 등등이다. 각각에 대해서도 충분히 답할 수 있다. 그러나 답을 하다 보면 선동가의 수단에 말려 들어간다.
세계적으로 방사성 액체폐기물 처리시스템은 유사하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방사성 농도를 측정한 뒤 처리계통을 통해 정화한다. 그리고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충분히 방사성 농도가 낮아지지 않았으면 낮아질 때까지 재차 정화한다. 마지막으로 배출할 때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해 농도가 높으면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액체폐기물 처리시스템의 한 부분이 ALPS 필터다. ALPS 필터가 고장이 났건, 교환되지 않았건, 한 번에 다 거르지 못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건, 다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상태에서만 배출한다. 선동가들이 필터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대중이 문제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방사성 농도가 기준치의 180배인 우럭이 잡혔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 이 우럭이 일반적인 어로 활동을 통해서 잡힌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우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오염을 우려해 그물로 입구를 막아 놓은 발전소 내항에서 잡은 것이다. 즉 식탁에 올릴 상업 어로가 아닌 도쿄전력의 모니터링용 포획이라는 게 팩트다. 또 기준치가 피폭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문턱 값의 1/100로 산정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방사성 농도에 우럭 무게를 곱해야 방사성물질의 절대량이 산출되는데 무게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는다. 나아가 세슘이 그만큼 있을 때의 우럭에 의한 방사선 피폭량이 전복의 폴로늄에 의한 방사성 피폭보다 낮다는 얘기도 안했다. 그냥 ‘180배’만 보여줬다. 전복도 우럭도 위험하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속기에 딱 좋다.
지금 후쿠시마에서 방류하겠다는 물에 그 우럭을 풀어 기르면 세슘 농도는 감소할 것이다. 방류수의 세슘 농도는 L당 1/100 Bq 수준이기 때문이다. 농축계수 100을 곱하더라도 1 Bq/kg이 평균 농도가 될 것이다. 우럭의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이런 선동가들의 문제 제기에 매몰되다 보면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것이 일본 국민이고, 우리나라는 그것보다 훨씬 희석된 극미량의 영향만이 올 텐데 우리가 왜 이리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 보호도 안하는 나라인가? 이 역시 좁은 틈으로 보여진 세상만 보고 세상을 오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