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동결 후 점도표 0.5%p↑
"인상 사이클 중단 아니다"
전문가들 "많아야 한 차례 인상 그칠 것"
한은, 한미 금리차 확대 부담이지만
"시장 이미 반영…동결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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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정책금리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암시했으나 실제 인상을 단행할 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시장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연 5.00∼5.25%로 동결했다. 지난해 3월 처음 금리를 높인 후 1년 3개월 만의 동결이다. 한미 간 금리 차는 기존대로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정책금리는 동결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은 강하게 시사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거의 모든 참석자가 제약적인 통화정책 지속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정책금리 동결 결정은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지 인상 사이클 중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점도표에서 올해 정책금리 전망 중간값을 5.60%로, 기존(5.10%) 대비 0.50%포인트 상향 조정해 두 차례 정책금리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 연준의 결정에 한은의 고민도 커졌다. 미 연준이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높인다면 역전된 한미 간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25%포인트까지 확대된다. 한은은 단순히 한미 금리 차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한미간 금리가 큰 폭으로 벌어지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한은이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높이기에도 부담인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1.4%에 그치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 2금융권 건전성 위험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단 전문가들은 미국이 많으면 한 차례 정책금리를 높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지만 통화긴축 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낮추고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는 높였지만 정책금리를 동결한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책금리 동결 결정은 연준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며, 점도표 중간값 상향 조정이 실질적인 금리 인상보다는 기대심리 고정을 좀 더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정책당국의 물가 우려와 기대 통제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늘어나는 디스인플레이션 증거들이 3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추가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내 정책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헤드라인 물가는 6월 이후 3%대 초·중반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금융 부문 우려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한 차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대 한 차례 기준금리를 높일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높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미 시장은 미 연준이 7월 정책금리 인상 이후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경우를 반영하고 있어 미 연준의 1회 추가 금리 인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1차례 높인다면 한미 간 금리 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지만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정훈 연구원은 "한국은 최근 금리를 높인 호주, 캐나다와 달리 빠른 속도로 물가 안정이 이뤄져 하반기에는 2%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미국 금리를 기계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한은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차단하기 위해 매파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 이번 미 연준의 결정이 한은의 매파적인 코멘트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