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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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만찬 회동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데 베팅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도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유튜브는 싱 대사가 15분 동안 원고를 읽는 장면 등 이 대표와 싱 대사간의 회동 상황을 생중계하였다.
이에 우리 외교부 1차관은 다음날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하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을 통해 자국이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싱 대사 초치에 대한 맞불 조치로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깊이 반성’하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측과 한국 제1야당이 함께 빚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싱 대사가 보인 행내는 자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늑대처럼 공격적으로 임한다는 소위 ‘전랑외교’ 일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몇 년 전 주스웨덴 중국대사가 스웨덴 공영방송에서 중국을 헤비급이라고 표현한 반면에 스웨덴을 라이트급이라고 비하하여 크게 문제가 되는 등 전랑외교로 인해 세계가 시끄럽다. 외교사절은 주재국에서 가능한 절제된(low key) 자세로 활동하고 본국과 주재국간에 문제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 갈등을 완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본자세이다. 반면 전랑외교는 주재국과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이라는 외교사절의 본연의 사명에서 어긋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해침으로써 중국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G2의 일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국이 세계 지도국가가 되려면 세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된다. 중국 정부가 전랑외교 대신에 자국의 외교관들이 국제법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면서 본연의 사명에 충실히 하도록 하는 것이 자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둘째, 싱 대사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동안 이재명 대표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매우 잘못된 처사였다. 그리고 당의 유튜브를 통해 싱 대사의 발언을 생중계한 것은 외교의 민감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싱 대사의 발언을 널리 알리는 확성기 역할을 한 것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싱 대사가 야당 지도자를 만나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한국 정치가 여야 진영으로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으므로 이 틈을 노린 ‘갈라치기 책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일종의 ‘통일전선전술’ 일환이다. 그리고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는 싱 대사의 발언은 한국 국민을 겁박하고 한국 국민 전체의 자존심을 해치는 행위이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싱 대사의 발언을 중단시켜야 했다. 야당도 국민의 자존과 국익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각오로 외교문제에 임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싱 대사가 기업들의 향응을 받았다는 등 개인비리가 있는 듯이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여당에서는 싱 대사에 대한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선언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 양국관계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속히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대외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실무부처인 외교부가 수습하도록 맡겨둬야 한다. 그리고 양국 인사들은 말을 할 때도 좀 더 신중히 함으로써 국민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양국간 소통을 모색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 대표단 상호 파견이 쉽지 않으므로 의회 차원에서 물꼬를 터보는 방법이 있다. 우리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방중이나 중국 전인대 외사위원회 위원장의 방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