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종전 뒤는...키신저 "우크라에 유리하면 푸틴 실각, 中 전쟁 가능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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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 100세 생일 모습.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린 냉전 시기 미국 외교를 진두지휘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100)이 러시아·중국 등 신 냉전 세력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마무리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권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가 군사 공격을 중단하고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전쟁이 끝날 경우 푸틴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양가감정과 충족되지 못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도스토옙스키 유형의 인물"이라며 지도자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 능숙하다고 평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관계에서는 이를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1990년대부터 교류해왔다고도 했다.

그는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같은 주요 도시에 유럽의 군사력이 쉽게 도달하게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으므로 (유럽의 팽창에)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가 유럽을 정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유럽과 세계는 더 안정될 것이지만,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처럼 합의에 따라 유럽의 일부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해체되거나 울분에 찬 무기력 상태로 추락하는 상황"은 또 다른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을 통해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부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과 관련해선 "현재 관계 추세로 보면 얼마간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 같다"며 "현재의 관계 추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 대치 상황도 "벼랑 꼭대기에 있다"면서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양국 모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양국 관계가 "각자의 가장 큰 위협이 상대국인, 즉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이 미국이고 반대로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독특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내가 제안해온 종류의 대화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어" 양국 긴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두 초강대국 간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면서 "이기게 되더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을 지내며 냉전 시대 미국 외교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1971년 ‘극비리 방중’ 등 물밑 외교를 펼쳐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방중을 성사시키고 1979년 미·중 수교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행정부를 떠난 이후에도 2011년 저서 ‘중국론(On China)’을 폈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은 전반적인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이 프랑스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고 봤다.

그는 영국이 유럽과 미국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며 "이는 영국이 미국과 같은 방향의 정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유럽과의 관계"라고 짚었다.

또 독일과 관련해서는 독일로 움직이는 유럽의 정치적 무게중심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이 직면한 난관이 ‘어떻게 하면 커지는 힘을 잘 발휘하고 동시에 이웃 국가를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느냐’라고 제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유럽에서 "선도 국가는 모든 당사국 이해관계를 맞추는 데 있어 절제와 지혜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19세기 말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제국 초대 수상 사임 이후의 상황과 현재 독일이 유사하다고도 했다.

당시 독일제국은 통일에 따른 변화된 양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수십 년 뒤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금 독일도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탕으로 유럽에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에 있다. 이는 현세대가 마주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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