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유출에 상장폐지까지"…‘대세’에서 ‘찬밥’으로 전락한 ESG 투자열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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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난 몇 년 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대세로 각광받았던 ESG 투자 열풍이 급속도로 식고 있다. 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우량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에 따르면 ESG와 연관된 투자규모가 2022년 연초에 8조4000달러(약 1경691조원)로 집계됐다. ESG 관련 자산에 투자됐던 금액이 2020년 17조1000억달러(약 2경1764조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2년새 자금이 절반가까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자들도 ESG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RBND(이하 티커명) △REMG △RDMX △IVLC 등을 포함해 최소 4개 이상의 ESG와 연관된 소형 ETF(자산규모 5000만달러 미만)들이 올해 모두 청산돼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됐다고 지적했다.

살아남은 대형 ETF들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ETF인 △ESGU △SUSA △ICLN △QCLN △TAN △ESGV △ESGD 등 7개에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누적된 유출액이 83억 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5일(현지시간) 종가기준 운영규모가 135억달러(약 17조 2354억원)에 육박해 ESG ETF를 대표하는 ESGU의 경우 올해 첫 5개월에만 72억달러(약 9조 1836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ESG 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글로벌 기업들이 감소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어닝콜(3월 15일∼6월 9일)에서 ESG란 단어를 언급한 S&P500 상장사는 74곳으로 집계, 2020년 2분기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23% 급감한 수치이기도 하며, 최고점을 기록했던 2021년 4분기(156곳)와 비교하면 ESG를 강조한 기업들이 반토막 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ESG 표준이 더욱 까다로운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ESG 평가체계가 여전히 정확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속되고 있다.

웨싱턴 프리비컨 소속 기자인 아론 시바리움은 최근 트윗을 통해 "연간 8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담배가 어떻게 전기차보다 더 윤리적인 투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ESG가 악마인 이유"라고 답변했다. 이는 ESG 성과를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지표에서 테슬라가 담배제조업체 필립모리스에 밀린 데 따른 지적이다.

실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S&P500 ESG 지수에 재진입한 테슬라는 37점을 받았지만 필립모리스는 84점을 부여받았다. 이 지수는 ESG의 구성 요소인 환경, 사회적 책무, 거버넌스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장사별 순위를 매기고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이 지수에서 제외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엔 글로벌 석유공룡 엑손모빌은 이 지수에 여전히 남아있어 ESG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일각에선 ESG가 투기를 위한 하나의 테마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팩트셋은 "흥미로운 점은 지난 1분기 ESG를 언급한 기업 수는 순차적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인공지능(AI)을 언급한 회사는 순차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짚었다.

ESG에 대한 관심이 꺼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글로벌 증시에선 AI가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대표 수혜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에만 200% 가까이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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