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리핀·일본과 무역협상 타결…총 5개국 완료
일본, 시장 개방에 LNG 사업 참여 가능성…상호·車 관세 모두 인하
다른 국가들도 시장 개방을 통해 관세 인하 성공
韓 통상외교 총력전…25일 ‘2+2 통상협의’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 관세 협상에서 실리를 확실히 챙기고 있다. 앞서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22일(현지시간) 미국과 무역협상을 완료한 필리핀과 일본 모두 미국에 시장을 확대·개방하면서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하자 자동차 관세가 절반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도 미국과 상호호혜적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관세율을 19%로 적용하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핀이 미국 제품에 대해 무관세로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며 “우리는 군사적으로도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에 대한 19%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적시한 20%에서 1%포인트 인하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또 다른 게시글에 “우리는 방금 일본과 대규모 합의를 완료했다. 이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협의 중 최대 규모가 될 것"며 일본과 무역협상이 타결됐음을 발표했다.
이어 “일본은 내 요청에 따라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수익의 90%를 차지하고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은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그리고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 시장을 우리에 개방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미국에 상호관세 15%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 15%는 미국이 기존에 예고했던 25%에서 1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뒤 일본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하나의 합의(무역합의)를 완료했고 다른 합의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일본이 LNG와 관련해 알래스카에 미국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고 그들은 이제 그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추진 중인 1300㎞ 길이의 알래스카 LNG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3일 일본 NHK는 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절반인 12.5%로 낮추고 이전부터 적용돼 왔던 2.5%를 합쳐 15%에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일본증시에서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12% 넘게 폭등했고 혼다자동차, 닛산자동차 등의 주가도 8% 가량 상승했다.
다만 일본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50% 관세는 변함이 없다고 NHK는 덧붙였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정상회담(사진=AFP/연합)
결국 일본은 미국과 협상에서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고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을 완료한 기존 국가들도 미국이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가로 미국에 시장을 개방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 세율을 32%에서 19%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이 자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인도네시아는 무역장벽의 99%를 제거하면서 미국 산업용 및 테크 제품과 농산물에 대한 시장이 개방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게 되고,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LNG, 농산물 등을 구매하면서 미국이 최소 500억달러(약 69조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추산했다.
베트남은 미국산 농산물에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일부 품목은 무관세로 수입하는 등의 양보를 했지만 상호관세율을 46%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 소고기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한 영국의 경우 상호관세율이 10%로 유지됐지만 연간 10만대에 한해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0%로 인하됐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25%로 적용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미 통상 협상과 관련,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협상에서도 시장 개방을 포함한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미 협상에서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이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또한 관심사다. 미국은 한국에도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한 바 있다.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통상외교에 전념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방위적으로 고위급 관세 협상을 진행 중으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방미한 데 이어 전날에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 기간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을 면담할 계획이다.
여 본부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2+2 통상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