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후쿠시마 방류 우려 '찻잔 속 태풍' 그칠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1 09:26

Nigel Marks 커틴대학교 이공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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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el Marks 커틴대학교 이공학부 부교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정화된 처리수를 태평양에 방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반대하는 단체들은 DNA 돌연변이나 오염된 바다와 같은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늘어 놓지만 이는 현실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후쿠시마 처리수는 사람은 물론 환경과 해양생물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수치만으로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위험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 방사능의 99.98%는 수소의 일종인 삼중수소로 이뤄졌다. 원전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는 대략 삼중수소 1PBq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중수소 2.8g에 해당한다. 태평양에는 삼중수소 8400g이 존재하고,매년 170g의 삼중수소가 우주선(宇宙線)에 의해 대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후쿠시마 원전 삼중수소의 총량은 일주일 간 대기에 생성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원전 처리수를 40년에 걸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0.06g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태평양 삼중수소 농도는 해마다 0.001% 늘어나면서 매우 미미한 변화만 보이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사능의 나머지 0.02%는 ‘탄소-14’(C-14)로 이뤄졌다. 삼중수소와 마찬가지로 C-14 또한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태평양에는 1800만g의 C-14가 존재하는 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에는 1g에 불과하다. 따라서 1g불과한 후쿠시마 원전의 C-14가 바다에 추가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 정도의 차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를 0.5mm 높이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핵단체들은 공기, 물, 돌은 물론 식물이나 인체까지 거의 모든 것에는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사는 지역에 따라 자연적으로 매년 75회에서 175회 정도의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양에 노출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자연 방사능 농도가 1000번 이상의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건강에 대한 영향이 발견된 적이 없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처리수 방류 지점으로부터 수 ㎞ 떨어진 곳에서 포획된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살펴봤다. 원래 어류는 다양한 지역에 헤엄쳐 다니지만 해당 연구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해 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 1명이 50년 동안 매년 37.5kg의 후쿠시마 수산물을 섭취했을 때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의 4분의 1 정도에 노출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자연적으로 발생한 방사능의 양은 약 흉부 엑스레이를 6000번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처리수 방류 시설 인근 해양 생물의 방사능 양은 최대 7μGy(마이크로 그레이)로,이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1만분의 1보다 적다. 결과적으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는 사람은 물론이고 해양 생물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후쿠시마 처리수의 삼중수소는 한국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더욱 명확히 밝혀졌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류를 예측해본 결과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6ppm 미만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측정할 수도 없을 만큼 미미한 정도다.

후쿠시마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같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이의 제기를 한다. 일례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보고서를 통해 처리수 방류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생물학적 정화, 장기적인 탱크 보관, 콘크리트화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지만 이런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을 뿐 더러 필요성이 떨어진다. 특히 생물학적 정화의 경우 동식물이나 곰팡이류 등을 통해 삼중수소를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전문가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계획을 점검했으며 안전성에 대한 리뷰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IAEA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후쿠시마 현지 기관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기구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또한 검증에 나서 이중으로 확인 작업을 거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며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탄탄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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