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유니콘 성장 발목잡는 낡은 규제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6 09:44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팀장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도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대기업들이 이러한데 재정적으로 취약한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할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는 벤처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런데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벤처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금액은 8815억 원으로,지난해 동기(2조2214억 원)에 비해 거의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에도 한해동안 벤처 누적 투자 금액이 6조7640억원으로 전년(전년 7조 6802억원)에 비해 11.9% 감소하며 벤처·스타트업 시장에서의 투자 경색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규 투자 뿐만 아니라 미래에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2019년 447개였던 유니콘 기업수는 올해는 현재까지 1209개로 2.7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9년 10개에서 올해 14개로 1.4배 증가하는데 그쳐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이 유니콘 기업의 증가를 주도한다.미국은 유니콘기업이 2019년 218개에서 올해 655개로 3배 늘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는데, 전 세계 유니콘 기업 가치는 2019년 1조 3546억 달러에서 올해 3조 8451억 달러로 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90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로 1.1배 증가하는데 그쳐 역시 세계 평균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유니콘 기업 가치 상승도 역시 미국 선도한다. 미국 유니콘 기업가치는 2019년 6615억 달러에서 2023년 2조 523억 달러로 3.1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유니콘 기업을 이야기 할 때 항상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는 업종 편중 현상이다. 이커머스, 인터넛 서비스 등의 업종에 유니콘기업의 절반 이상이 쏠려 있는 데 비해 최근 주목받는 AI, 헬스케어 업종에는 단 1개도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유니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적으로 외부요인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유니콘 기업의 개수와 가치의 증가 속도가 우리나라 보다 더 높은 것을 볼 때 외부요인 만은 아닌 것 같다.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유니콘 기업과 같이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탄생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함께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대기업으로 키우는데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규제, 상법상 지배구조 규제다. 이런 규제들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지고 더 많아진다. 대기업으로 성장할 제도적 유인이 없다 보니 전체 기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주요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이제는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차등적용되는 규제를 최소해야 한다. 대기업이 되면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파급력도 커지기 때문에 규제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과도하거나 국가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그 의미를 잃은 낡은 규제들은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철폐해야 한다. 이는 대기업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환경을 정상화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과거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면 어떠한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을 즉시하고 대담한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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