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펴내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쇼크’를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약세를 이어간 뒤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소폭 회복과 부진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메모리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다시 오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바닥론과 더불어 긍정적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시대에 접어들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고, 주요 기업들의 감산으로 인해 재고소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업황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1조4054억원어치를 순매수 했다. 반면 개인은 9조4068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SK하이닉스 주식도 외국인은 1조6460억원치를 산 반면 개인은 2조1496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개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14조6825억원 산 반면 외국인이 8조7666억원을 순매도 한 것과 크게 달라진 행보다.
수급세력인 외국인들의 이같은 반도체 대장주 러브콜이 이어진 이유는 ‘바닥론’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직격했던 모건스탠리는 작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대만의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을 조언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저점은 올해 1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반도체 관련주도 이에 따라 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자기기 수요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같은 고난의 정점인 시기가 올 1분기라는 것이었다. 반도체 사이클은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수요가 정상화될 때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이후 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작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496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7만전자라는 벽이 깨지자 증권사들은 적게는 8만원에서 높게는 9만5000원까지 목표주가를 높이는 중이다.
반도체 업종의 바닥론 근거는 재고 감소와 가격하락 둔화, 감산으로 인한 공급 축소 등이 꼽힌다. 국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주력 사업인 메모리 시황은 바닥을 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고 정상화 이후 고객사들의 반도체 재입고(Restocking)를 위한 수요 증가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AI 투자 열기로 인해 DDR5와 고대역 메모리(HBM)와 같은 고용량 D램(RAM)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하반기부터 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에 대해 "웨이퍼 투입 축소를 통한 감산과 3조원 수준의 제한적 제조설비(WFE) 투자를 감안할 때 내년 말까지는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는 AI서버 등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고, 수급 밸런스와 고부가 제품군 확대를 감안할 때 가격도 3분기부터 하방경직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