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7 08:07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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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탈진실(post-truth)’은 사실보다는 감정이나 개인의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가 오늘날에 비해 더 진실에 가까운 시대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거에 비해 거짓말이 심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게 옳겠다. 정도의 문제지 인류의 역사는 거짓말의 역사다. 거짓말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성공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성경의 베드로는 스승인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회개하고 복음 전파에 힘써 초대 교황이 됐다. 유명한 ‘베드로의 부인’이다. 망한 사례도 있다. 닉슨은 재선을 위해 벌인 민주당 전국위를 도청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톰 필립스는 그의 저서 ‘진실의 흑역사(TRUTH)’에서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썼다. 그는 저서에서 거짓말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대중은 왜 거짓말에 현혹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지만(번역본을 읽은 탓도 있음) 흥미로운 주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스컴은 거짓말의 생산과 확산의 주인공이다.

1833년 창간된 뉴욕의 ‘선’지는 1835년 ‘달나라 이야기’를 일주일 동안 연작으로 싣는다. "천문학자 존 허셜(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 달에서 날개가 달린 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했다. 달에는 숲과 호수, 사파이어로 쌓아 올린 신전이 있다….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박쥐인간이 살고 있다"는 상상으로 쓰여진 이 연작기사는 충격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기사 내용 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창간 2년에 불과한 ‘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 됐다.

옛날 얘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현대에도 언론을 포함한 이해집단의 ‘꾸며내기’, ‘과장 보도’는 계속 진행 중이며 정보 통신망의 발달에 힘입어 상상을 초월하는 파급력을 갖게됐다. 정보의 빠른 유통이 거짓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거짓말이 지구 반 바퀴를 돌 동안 진실은 신발 끈을 매고 있다’는 말로 비유된다. 거짓말이 늘다 보니 요즘에는 팩트 체크라며 거짓말을 기사로 내보내는 매스컴도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어떤 일이 거짓으로 밝혀질 때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유머가 되었다.

후쿠시마 오염물 처리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쿄전력은 방류를 위해 해저터널 굴착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7월 초 IAEA의 최종 평가보고서가 전달되면 방류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원자력학회가 모처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학회는 처리된 오염수가 무해하다며 주장이 다른 측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어민과 수산업 보호 그리고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다.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수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판매량이 감소하니 점잔은 과학자들도 수수방관하기 어려웠을 거다.

방류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사실 오염 처리수 방류 반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들 내부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깨끗하면 너나 마셔라" 몇 번 외치고 끝날 줄 알았다. 무리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직후 처리되지 않은 고농도 오염수가 하루 300톤씩 방류됐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우리나라 바닷물과 수산물의 방사성 농도를 12년 동안 측정했는데도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국내산 생선을 잘 먹었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을 통해 확인한 팩트다. 이른바 ‘내먹내확’(내가 먹고 내가 확인했다)이다.

거짓말의 성공 여부는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는 생명을 유지함으로써, 달나라 이야기를 보도한 ‘선’지는 판매부수를 늘림으로써 성공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의 목표가 시선 돌리기였다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유무해 판단이 언제,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는 알 수 없다. 그 시기는 방류가 시작된 직후가 될 수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진다. 앞의 거짓기사를 썼던 ‘선’지의 로크는 달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음을 일삼다가 언론계를 떠났다. 진실이 밝혀진 뒤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의심부터 했기 때문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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