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적자 냈는데 1천억 더?…저작권법 개정안에 속 끓는 OTT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7 15:10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정치권에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속을 끓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OTT 업체들은 감독·작가 등 창작자에게 작품 흥행에 따른 보상을 추가로 지급해야한다. 업계에선 플랫폼 경쟁에 적자가 해마다 불어나는 상황에서 부담이 추가로 늘어날 경우, OTT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OTT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플랫폼 저작권 대책연대(플랫폼연대)는 "(법률의)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는 성급한 입법 추진을 반대한다"며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저작물 저작자가 극장이나 방송, 인터넷TV(IPTV), OTT 등 ‘영상저작물최종제공자’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리를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진행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산업적 영향 분석 및 해외 법제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됐을 때 OTT 등 영상사업자가 감독, 작가 등 저작자에게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금 규모는 약 11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해당 법안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국내 제작사가 만든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이 화제를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체를 지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양도받는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징어게임’의 흥행에도 정작 국내 창작자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법안이 나오고 나니 국내 미디어 플랫폼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창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주고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데, 창작자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하면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콘텐츠 흥행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플랫폼이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커질 경우, 오히려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3사는 설립 이후 흑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에는 적자가 더 심화되면서 3사 합산 약 2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플랫폼 공룡들과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 및 판권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연대 관계자는 "글로벌 미디어 경쟁 상황 속에서 국내 창작자와 국내 영상 산업이 함께 보호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자국 산업의 보호 및 진흥의 실효성과 법리적 측면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창작자 단체들은 플랫폼연대의 주장을 반박하며 저작권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독립PD협회는 "창작 기반을 두텁게 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 사업자의 미래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도 하다"라며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대한민국 영상 콘텐츠 창작 기반의 붕괴를 막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웨이브와 티빙의 대형 영업적자는 넷플릭스에 비해 작품성, 화제성, 주목도에서 뒤처지는 작품에 투자한 결과"라며 "국회는 영상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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