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드러낸 푸틴 프레임, 우크라이나 전쟁 보다 급한 건 러시아 여론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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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뒤 침묵을 지켰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고 있다. 바그너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갈등을 빚었던 군 수뇌부를 치하하는 한편, 바그너그룹 내부에 ‘이간계’를 펼쳐 잠재 위협을 줄이고 나선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당장 본인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내부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는 상황이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크렘린궁 내 광장에서 보안군 약 2500명, 국가근위대 등 군인들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분이 헌법 질서와 시민의 생명, 안전과 자유를 지켰다"며 "여러분이 격변에서 조국을 구했고 사실상 내전을 막았다"고 추켜세웠다.

아울러 "여러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조화롭게 행동했고, 행동으로 국민에 대한 충성을 증명했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반란이 가졌던 영향력을 평가절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반란 중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투부대를 차출할 필요가 없었다며 반란이 국민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국민과 군은 반란에 함께 맞섰다. 반란은 국민과 군의 지지를 절대 얻지 못했다"며 "반역에 휘말린 이들은 국민과 군이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대국민 연설에 나선 바 있다. 이날 역시 이틀째 반란 사태를 언급하며 러시아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그느 저녁에도 일부 군 장교와 면담하고 언론사 대표들과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연설 현장에서는 프리고진이 처벌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목격됐다.

쇼이구 장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저녁에는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이렇게 내부 결속을 다지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에는 반대로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프리고진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여러 차례 무장 반란 조직자들을 반역자로 비난한 점에 주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압도적 다수의 바그너 그룹 전사들과 지휘관들이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러시아 애국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무장 반군 조직자, 즉 프리고진과 그 추종자들을 구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세 가지 선택권을 제공했다. 그중 하나는 러시아에 계속 복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러시아 국방부 등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한 것이다.

ISW는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의 현 지휘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그들의 전투 효율성과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며 "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그너 지휘관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SW는 이어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그너 사령관들을 반역죄로 체포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이들을 용서하고 통합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이는 (그에게) 잘 훈련되고 효과적인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크렘린궁 역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및 기타 국제 교전에서의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바그너 그룹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렘린궁이 바그너 그룹을 독립 조직으로 유지하기로 한다면 프리고진과의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최근 대반격에 착수한 우크라이나군은 틈새를 놓치지 않는 공세 강화해 나섰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 정보국(DI)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2월 개전 이래 처음으로 2014년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 일부를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DI는 "우크라이나 공수부대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시 인근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에서 동쪽으로 소폭 진격했다"고 밝혔다.

크라스노호리우카 마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해인 2014년부터 점령해온 곳이다. 도네츠크 주도 도네츠크시에서는 불과 약 30㎞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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