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지역분산] "사용자 지원도 검토하고 수도권 설립 불허 기준 명확히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9 16:18

⑥(끝) 정부·한전·기업 관계자 지상간담회
산업부·한전 "계통·전력수급 부담으로 수도권 추가 설립은 무리"
기업들 "지역 설립 땐 인력수급·지역 정착 등 세밀한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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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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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근 한국전력공사 전력혁신본부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인공지능(AI)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설비이면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지방 구축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남면(첨단 3지구) 일원에 4900억원을 투자해 4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26년까지 구축하는 ‘첨단 데이터센터 with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투자협약이 지난 26일 전남도청에서 체결됐다. 이번 투자협약엔 전라남도, 한국전력공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파인앤파트너스자산운용, KB증권, 장성군과 함께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국무총리 주재 현안관계장관회의 보고를 통해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발표한 뒤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데이터센터의 지역 구축에 박차를 가해온 결과로 평가됐다. 산업부는 특히 지난 13일 제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 포함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 대책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장성 데이터센터 구축은 호남권 생산 전력을 현지에서 소비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 확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급증 등으로 발전설비가 점차 밀집하면서 현재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호남에 총 10개 전력사용용량으로는 1287MW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 첫걸음이 전남 장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석탄화력 발전이 집중된 강원도에도 데이터센터 추진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강원본부에 전기 사용 예정 통지서를 제출한 데이터센터가 30곳이고 용량규모는 3.5기가와트(GW)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용량 규모는 3.5GW 규모로 설비용량 1GW 급 원전 3.5개 가량과 비슷한 용량규모에 해당한다.

강원도 발전설비들은 영남지역 밀집 원자력발전설비 등과 함께 생산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해송전망을 함께 쓴다.

강원도에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소비 설비를 유치하면 강원 현지 석탄화력발전 뿐만 영남권 원전이 발전한 전력의 수도권 송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더 나아가 값싼 전원의 가동률을 높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있을 기대됐다. 현재 송전설비 부족으로 가동을 일부 제한받고 있는 강원권 석탄화력발전과 영남권 원전의 경우 수도권 송전 부담이 줄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 현상을 완화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지방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 건수는 여전히 수도권이 전체의 75%인 83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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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데이터센터 전기공급현황(5월 기준). 자료=한국전력공사.

산업부와 한전은 계통·전력수급 부담으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더 설립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기업들은 여전히 수도권에 설립하길 희망하고 있다.

서로 다른 양측 입장에 대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콘텐츠 제작 지원을 받아 기획 취재 보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지역 유치, 선진국 사례로 답을 찾다’ 시리즈의 마무리로 국내 데이터센터 이해관계자들 간 지상 간담회를 마련했다. 지상 간담회는 산업부, 한전, 국내 데이터센터 기업, 지자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기자를 통해 유선 질문 및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산업부에서는 박상희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이, 한전에서는 최현근 전력혁신본부장이 참여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간담회는 기업들의 주요 질의·요구와 정부 측의 응답으로 구성했다.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구체적 기준은 무엇인지, 인센티브는 얼마나 지원되는지에 대해 주로 질의했고 한전과 산업부는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지상 간담회 내용.



◇ 기업들 "수도권 왜 안되나" 한전 "계통·전력수급 한계"

△기업: 지역분산은 찬성한다. 그런데 수도권 외곽은 계통부담이 적은 지역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정부: 여유있게 보일 수 있으나 그 자체도 결국은 남쪽에서, 강원도에서 넘어오는 게 필요하다.

△기업: 계통 부담이 없는 경우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지방으로 갈 경우 통신망 지원 등 각 기업들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 행정구역으로만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검토해보겠다. 그러나 수도권은 발전량 대비 수요가 많다. 전력수요 부하가 늘어나면 대규모 발전량이 있는 강원, 중부, 호남에서부터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송전망 건설이 요구되고 그런 부분이 수용성 문제로 번져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 데이터센터 적기 설립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대규모는 분산이 필요하다.

△기업: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활용엔 관심이 별로 없어보인다. 가스공사의 냉열 활용이 가능한 곳은 수도권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해줘야 한다. 분산에너지 관련 수요분산을 왜 데이터센터로만 고집하지 말고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

▲정부: 고려해보겠다.

△기업: 송전망 확충 비용이 문제라면 민간이 송전망 깔겠다고 할 경우 수도권에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을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정부: 비용면보다는 절대적인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민원 등으로 건설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비용부담 주체가 한전이냐 사업자냐는 중요치 않다.

△기업: 사실 한전이 송전망 적기 확충을 안해서 데이터센터 문제도 발생한 것 아닌가. 한전이 부담스럽다면 부담할 수 있는 업체에 사업권을 주자.

▲정부: 비용부담 때문이 아니다. 현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수요예과 발전량을 정해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민원 등으로 건설이 계획대로 안된다는 게 애로사항이다. 대규모 계통 건설은 표준 공사기간이 6년∼8년인데 지금은 10년∼12년으로 지연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이런 자리도 마련한 것이다.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필수투자인 송·변전 설비 투자를 못할 수준은 아니다.

△기업: 시공사는 공사비가 적게 드는 지방을 선호한다. 그런데 시행사로부터 사업성이 나오냐는 역질문을 받기도 한다. 여러 기타 인·허가 비용 등으로 지방에 데이터센터 건설하게 되면 사업자 부담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안은 사업주 운영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고객사 입장에선 누가 강원도까지 가서 내 서버를 두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느냐는 원론적 질문이다. 최종 사용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보조금 혜택들도 마련되면 좋겠다.

▲정부: 데이터센터 자체가 사업자는 사실상 임대 사업자고 따라서 실제 사용자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까지 대책 마련은 주로 사업 운영자와 사용자가 동일하다고 가정했는데 현실은 다르므로 최종 사용자에 대한 지원도 고려하겠다. 데이터센터를 넘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

△기업: 데이터센터가 워낙 큰 규모이다 보니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필요하다.

▲정부: PF가 되어야 현실적으로 사업이 될 것 같다. 좋은 지적이다. 또 사용자가 있는 곳, 수요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수요의 분산이 중요하다.



◇ 기업들 "구체적 기준 제시해달라" 정부 "의견 반영해 알려드리겠다"

△기업: 그럼 지금부터 수도권은 절대 안되니 모두 지방으로 이전 하라는 것인지? 어떤 업체는 수도권에서 해도 되고 어떤 업체는 안된다고 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기준을 확실하게 마련해달라. 애매하게 고려해보겠다고 하면 사업자나 한전이나 혼란만 가중된다. 사업자들은 우선적으로 수도권에서 허가를 받으려고 노력을 할텐데 혼란스럽다. 기준이 분명치 않으면 로비전만 심해질 것 같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으로 오는 이유는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여의도로 보면 IFC를 울산에 짓는다면 공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 신규 데이터센터 신청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어렵다. 우선 순위나 지역적 배분 문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

△기업: 수도권에 입지하는 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을 유예한다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나와있는데 사업자들이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허가를 받은 곳도 검토 대상인가. 전력계통 신뢰도 품질 유지 기준에 대한 구체적 안을 제시해달라. 몇 년 전에는 에너지정장창치(ESS) 관련 사업설명회에 많이 다녔다. 규제나 인센티브는 많은 부작용이 뒤 따른다. 당시 인센티브를 줬더니 많은 사업자들이 ESS를 설치했는데 화재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나친 규제나 인센티브는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서 최종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자고 했는데 그러면 시행사들이 곤란해할 수 있다.

▲정부: 이미 전력공급 예정통지를 받은 곳도 추후에 검토가 필요하다. 한전에서 사전에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설비 보강에 걸리는 시간이 있다. 실제로는 전기사용신청량에 따라서 설비보강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뢰도 관련해서는 기준이 있다. 전력거래소와 산업부에서 추후에 설명해드리겠다.

쉽게 말하면 신뢰도 부분은 전력공급에 있어서 설비에 고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설치한다고 바로 전력이 공급이 가능한 게 아니다.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검토해서 사업자들에 구체적으로 알려드리겠다. 추후 전력계통영향평가라는 제도를 도입해 평가기준이나 기술적부분, 사회경제적 영향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모호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확실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 인센티브 규제 등 국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고객을 어떻게 유치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화 가속화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아직 글로벌 기업 유치에 불리하다. 인도네시아 등 다른 경쟁국들이 많다. 데이터주권, 데이터안보 면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좋은 지적이다. 왜 글로벌에서 우리나라로 오려는 수요가 있을까가 궁금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만약 유치를 하고 한다면 우리나라 국가경제에 어떤 긍정적 면이 있을까가 궁금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해야 하는데 그럼 재생에너지를 많이 깔아야 하고 계통망도 많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어떤 비용편익이 있을지 검토 중이다.

△기업: 데이터센터는 장기 계획으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건축물이다. 또한 필수시설인 만큼 일종의 서비스 검토대상도 될 수 있다. 법 개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업체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가 걱정이다. 여러 변수들을 그대로 업체들이 감당해야 하는가.

▲정부: 우려 발생하지 않도록 잘 검토하겠다.



◇ 기업들 "꼼꼼한 지원정책 희망" 정부 "자주 간담회 마련하겠다"

△기업: 발전소를 지어서 전력공급하는 발전사업자 차원에서 보면 국가적 송전제약이 심각한 수준이다. 저렴한 발전을 할 수 있음에도 수도권 집중에 따른 송전제약으로 낭비되고 있다. 지방 이전은 꼭 돼야 한다. 산업부 차원에서 지역 데이터센터 산업 단지를 만들어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에 인프라를 갖춰주면 종합적 지원이 될 것 같다.

▲정부: 데이터센터 해외사례를 검토한 적이 있다. 그 중에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클러스터를 만들어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그런 사례들을 참고하면 좋겠다. 우리 지자체에도 유사한 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라북도는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스마트그린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로 연간 400명 정도 전문 인력양성을 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 특구 지정을 위해 규제완화나 사업추진에 다양한 사례를 연구해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특구 관련 다양한 지원책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다른 정부정책과 같이 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수자원공사는 강원도에서 수열클러스터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이라 정책취지에도 잘 맞는다. 강원 수열 클러스터에는 많은 비축토지들이 있다. 한전이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전력공급 관점에서만 이뤄질 거 같다. 사업자들은 전력공급 외에 입지여건도 많이 고려할 것이다. 지자체에서 개발하는 새만금이나 이런 중장기 집적단지에 데이터센터 관련 지원 방안이 조기에 확정돼야 관련기업들에 도움이 될 거 같다.

▲정부: 아직은 전력공급만 조율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들도 참고하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방안을 동원하겠다.

△기업: 여태 수도권에 집중이 됐는데 부산, 울산 등은 부지가 많아 입지여건이 좋고 냉열 활용도 가능하다. 인력이 모자라지만 부산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민원 문제도 적고 인센티브 확보도 용이하다. 지방 기업이야 데이터센터가 와주면 좋은데 그러려면 정부가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해소해줘야 한다.

▲정부: 기업들의 요구를 잘 이해했다.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 여러분들이 말씀하셨듯이 과거 정책에서 바뀌는 과정이다.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

△기업: 사업자는 준공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수년전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기관과 협의를 하면서 진행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은 많아질수록 좋다. 데이터센터는 ‘3P’라고 생각한다. 전력( Power), 관로(Pipeline), 사람(People)이다. 전력수급 안정과 지원 모두 필요하다. 운영인력 수급 문제가 지역분산 기반시설 구축에 가장 중요하다. 인적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연결이 되면 좋겠다. 서울에서 내려보내지 말고 준공 2~3년 기간 동안 전남, 전북, 강원에서 지역인재를 육성하면 지역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와 기업 간담회를 자주 해서 꼼꼼한 지원정책이 마련되길 희망 한다.

▲정부: 이런 자리를 자주마련하도록 하겠다. 많이 배우고 있다.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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