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인데"…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벌써 공급과잉 ‘솔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30 12:35

美 전기차 재고 소진에 100일, 평균 두 배…소비자들 "여전히 비싸"

WASHINGTON-TESLA/

▲충전 중인 테슬라 전기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곳곳에서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 폭이 소비자들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보다 가팔라 시장이 벌써 과잉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기차 생산량이 앞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이런 흐름이 향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0일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대비 62% 급증한 1050만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4% 수준으로 올랐는데 2026년엔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BNEF는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대로 진입한 것과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성장 속도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체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7∼12%에 이를 것으로 지난 2021년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올해는 그 비중을 35%로 상향 조정했다.

에디슨전기연구소(EEI) 또한 2030년에 미국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 수가 1870만대에 이를 것으로 2018년에 예상한 바 있는데 최근엔 그 수치를 2640만대로 대폭 올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에서만 1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2021년 대비 두 배 넘게 뛴 수치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지만 전기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느렸던 미국에서도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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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F150 라이트닝 전ㄱ차(사진=AP/연합)

그러나 성장 속도가 너무 가파른 탓, 전기차 시장이 벌써 과잉공급 상태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신차가 더 빠르게 출시됨에 따라 재고 수준이 미국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이달에만 미국에서 전기차 재고가 소진되는데 100일 가까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자동차 업계 평균의 약 두 배다.

제레미 롭은 보고서 발표 브리핑에서 "새로운 전기차들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증가 추이를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재고가 증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2분기 딜러점 매장의 전기차 평균 재고는 9만 2000여 대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 342% 폭등한 수치"라며 "같은 기간 재고가 소진되는데 소요되는 일수 또한 166% 증가한 90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전통 자동차업체들마저 전기차 경쟁에 본격 참여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GM은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연간 1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 출시되는 전기차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에만 33 종류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분기 아이오닉6를 출시했고 하반기엔 신형 코나EV를 내놓는다. 내년에는 신형 또는 업데이트된 전기차가 50 종류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들이 아직도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망설이고 있는 점도 과잉공급 가능성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이 지난 2021년 38%에서 최근 51%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기차가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은 43%에 달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실 구매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문가들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 흐름을 과소평가하는 추세지만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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