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란 영향 없다"는 러시아, 전황은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3 21:27
UKRAINE-CRISIS/BORDER-RUSSIA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린 험비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가 자국 용병단 바그너그룹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친 영향력을 부정하며 거듭 ‘건재함’을 과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회유를 시도하며 전력화하려던 바그너그룹은 반란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 행을 택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 전황 역시 반란 이전 보다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

3일(현지시간)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이 사실상 ‘1호 공적’으로 지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군 고위 참모들과 회의에 나서 반란 사태를 처음 언급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달 23∼25일 러시아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했던 시도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란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전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가절하하며 표현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런 계획(반란)이 실패한 주된 이유는 러시아군 장병들이 그들의 소임에 따라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도발은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한) 러시아 군대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장병들은 용기와 헌신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실하게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1000㎞ 가까운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목전에 뒀던 바그너그룹 반란 중심에는 쇼이구 장관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전 개전 후 바흐무트 등 동부 격전지에 주로 투입됐다. 그러나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 등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특히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을 정규군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 한 쇼이구 장관에 강하게 반발해 그를 축출하려고 반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반란 개시 당일에도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 뒤 "이 인간쓰레기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그너그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 속에 하루 만에 진격을 멈췄다. 이후 프리고진은 자신의 용병단을 뒤로 물리고 나서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현재 남은 바그너그룹은 용병 모집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이동할 채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지역 모집센터의 업무를 한 달간 일시 중단한다"며 당분간 러시아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대반격에 나선 전선에서도 반란 사태 이후 곳곳에서 전투가 다시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스바토베 인근의 일부 지역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루한스크 동부는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가 이어져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진 곳이다.

말랴르 차관은 스바토베 남부에 있는 루한스크주 빌로호리우카와 도네츠크주 세레브리안카를 러시아군이 공격하고 있다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랴르 차관은 또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아우디우카, 마린카 리만 등에서 진격했다며 "동부 전선 전체를 따라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북동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막는 데 성공했다며 특히 바흐무트 인근 마을들과 전략적 요충지 부흘레다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말랴르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남쪽 측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맞섰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남동부 베르스크와 멜리토폴 주위에서 점진적으로 진격하는 등 남부 전선 공세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시작한 ‘대반격’에서 주로 남부 지역 러시아 점령지 탈환에 집중하고 있다.

남부 전선을 책임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체계적으로 러시아군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28번 이상의 전투가 벌어졌고, 이 기간에 러시아군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여러 층위 민주주의 집단 결합체로 이뤄진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푸틴 대통령 철권통치 중인 러시아 보다 ‘시간의 편’에서 불리하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반란 사태로 러시아 역시 내부적 전쟁 부담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 노출되면서 장기전이 어느 한쪽에게만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

이에 향후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양측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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