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 세미나] "전력수급 안정 기여 보상 제대로 못받아…정책 완전 재설계 추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5 18:11

본지·에경연 주최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확충방안' 세미나 종합토론



“화력·원자력 발전중지 줄이는 편익…현 전력시장선 투자비 회수 어려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반드시 필요…환경단체 반발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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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의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전지성·이원희 기자] "양수발전은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만큼 전력시장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수발전 관련 정책에 대한 완전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 등 전력당국 관계자는 에너지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주최한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넘칠 때는 전력을 쓰고 전력이 필요할 때는 전력을 생산해주는 수력발전 형식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다.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필수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토론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양수발전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기여하는 만큼 전력시장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전력당국 관계자들은 양수발전의 편익을 제대로 보상하기 위해 정책을 완전 재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패널토론은 황진택 제주대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패널토론에는 문양택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장, 김희집 서울대 공과전문대학원 교수, 서용관 한국수력원자력 양수건설처장,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 옥기열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패널토론에 앞서 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양수발전의 현재와 미래’, 이두희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을 위한 전력시장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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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택 제주대 공과대학 교수가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양수발전 시장제도 완전 재설계 필요…현재 전력시장 변화의 걸림돌"


황진택 교수는 "최근 분산에너지 시대와 맞물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지면서 기존의 양수발전이 아닌, ESS에 버금가는 더욱 커진 중요한 위치를 양수발전이 차지하고 있다"며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세미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양수발전이 맞는 미래와 향후 전력시장의 어려움을 양수발전이 어떤 식으로 잘 헤쳐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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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열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양수발전과 관련된 전력시장제도를 완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전력당국 관계자의 말이 나왔다.

옥기열 처장은 "ESS는 무조건 필요하고 하루라도 빨리 지어지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ESS에 대한 개념과 분류가 많이 바뀌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양수발전은 전력시장에서 차익거래만으로 투자비가 회수되는 건 실제로는 어려워 보인다. 양수발전은 입찰과 정산이 앞뒤가 안 맞는 희한한 상태로 시장제도에 대해 완전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양수발전은 화력발전과 원전의 발전 중지를 줄일 수 있는 등 편익이 많이 있어 현물시장만으로는 (편익을 보상하는 게) 안될 수 있다. 장기 정책을 진지하게 마련해야 한다. 시급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고 정책 재설계 필요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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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택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문양택 과장은 "우리나라 전력시장이 지난 60년간 잘 운영돼왔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은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양수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편익에 대한 계량화가 필요하고 앞선 선진국들처럼 환경단체와 잘 협상을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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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양수발전 수출 위해 국내 산업 육성해야…주민 반대도 극복 과제"


양수발전 보급을 위한 주민반대 극복 과제도 제시됐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양수발전은 어떤 이슈가 있을까 고민했을 때 첫 번째 양수발전에 대한 경제성 및 정책성, 두 번째는 주민 수용성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수용성 문제는 상당한 시간을 갖고 설득하면서 신뢰를 줘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발전소 건설 시 지역사회, 환경단체 등의 문제제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민수용성 문제는 특정에너지원의 문제라 보기는 어렵고, 해당 에너지원의 인프라에 대한 실제 주민피해가 아니라 막연한 피해의식에 의한 것인 만큼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수발전에 대한 주민반대는 이해하지만 환경단체 반발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양수발전은 태양광, 풍력 확대 정책에 반드시 필요하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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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관 한국수력원자력 양수건설 처장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양수발전 보급과 함께 해외수출을 위한 산업 육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용관 처장은 "한수원에서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양수발전소 적기 준공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설비용량 1.75GW 발전설비 건설을 위해 지역주민들과 협의 과정에 있다.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 입지를 계속발굴하고 있다. 7GW 정도 된다. 앞으로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럼에도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수용성 측면에서는 지역 자율유치 신청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소통해 수용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처장은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주간에 물을 끌어올리는 횟수가 10년 전에 비해 5배 정도로 매우 많아졌다"며 "그러면서 설비 고장이 많아졌다. 앞으로 비중이 더 늘어날 예정인 만큼 설비와 장비 국산화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이뤄지면 해외 시장까지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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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 한국수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양수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시장체제의 한계점이 지적됐다.

김은수 상근부회장은 "시장체제로 양수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양수발전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체제 아래서는 양수발전이 자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착수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며 "해외에서도 인허가 제도부터 노력하고 있으나 대부분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이 국영체제, 시장체제가 혼재돼 있어 포커스를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수발전의 비용 구조를 능가하는 저장장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 양수발전소 발전기 등이 생산, 유통될 수 있도록 시장체제에 녹아들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양수발전 수출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양택 과장은 "수출산업화를 위해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공감한다. 국가적으로 정말 필요성을 느끼고, 민관네트워크를 갖추고 엄청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미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들이 있는 만큼 틈새시장을 잘 노려야 한다. 오늘 토론에서 나온 말들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양수발전 주민수용성은 예전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앞으로 한수원 차원에서 원활한 주민접촉을 위한 노력은 더 필요해 보인다. 환경단체도 예전에는 무조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부분에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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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이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 "양수발전 보상방안 연구 필요…유럽선 수익 대박"

양수발전을 어떻게 운영하고 편익을 정할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유승훈 학장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전력 섬’으로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는 2.4배 많은데 5.7배의 양수발전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10차 전기본에서도 양수발전 설비를 추가했지만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순조롭지는 않았다. 양수발전의 편익에 대한 계량화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추가물량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 같다. 또한 한수원이 시장형 공기업인 만큼 편익과 함께 사업성도 고려돼야 한다. 지금의 적자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양수발전에 대한 적절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후속사업이 계속 진행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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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서울대 공과전문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김희집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최근 스위스 양수발전설비 방문의 경험을 공유했다.

스위스나 스페인에서는 양수발전이 많은 전력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스위스는 양수발전 설비용량 900MW를 두 개 준공했다. 150MW 6개를 하나로 모아서 900MW로 모았다"며 "스위스에서는 양수발전이 주파수 조정용 시장에서도 참여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파수 조정용으로는 양수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에서는 주말에 전력시장이 네거티브(마이너스) 가격으로 형성되는 걸 봤다. 올해 봄 주말에 전력요금이 MWh당 마이너스 400유로까지 떨어졌다"며 "양수발전은 그날 마이너스 400유로 전력을 사고 양수발전을 돌려 전력을 250유로로 팔았다. 650유로로 전력을 판 기록적인 날이었다"고 스위스에서 느낀 경험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최근에 스페인에서도 하루에 양수발전을 두 번 충·방전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고 양수발전 경제성의 잠재성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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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시대 양수발전 역할과 확충방안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송기우 기자


이두희 교수는 "앞으로 미국에서 어떻게 양수발전 시장을 운영하고 제도를 설계했는지 연구하고 깔끔하게 정리해보겠다"고 말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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