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금액 자기자본의 5% 이상 적용돼
추가기소로 코스피 상장적격성 심사 받아야
광림도 벼랑 끝…순환출자한 그룹 전체 위기
쌍방울그룹주 시총 2조원 수준서 4000억원으로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김성태 전 회장의 구속을 전후해 위기를 겪고 있는 쌍방울 그룹주에 결정적인 위기가 닥쳤다. 그룹의 중심인 쌍방울이 거래정지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6일부터 쌍방울에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추가 기소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했다.
이미 김 전 회장은 지난 2월 외국환 거래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및 배임, 증거인멸 교사 등으로 기소된 상황이다. 양선길 현 회장도 함께 횡령과 배임으로 기소됐다.
횡령과 배임은 상장회사의 상장 적격성 심사를 위한 거래 중지 사유다. 단, 조건이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전·현직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인 경우에 거래가 정지된다. 2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첫 기소 당시에는 횡령 규모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거래정지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수원지검이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를 진행하면서 기준에 도달했다.
현재 쌍방울의 자기자본 규모는 약 1386억원이며 그에 따라 횡령배임 규모가 5%인 69억원을 넘으면 거래정지 대상이 된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 쌍방울그룹이 계열사 광림이 보유한 비비안 주식을 본래 가격보다 78억 비싸게 매수하도록 해 광림에 부당한 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해 3월 다른 상장사와 허위 계약을 맺고 그룹 자금 20억원을 지급한 뒤 다시 돌려 받아 이를 주식담보대출금 상환 등에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쌍방울그룹 자금 30억원을 횡령하고 지인 등을 직원으로 둔갑시켜 급여 등 명목으로 13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쌍방울그룹은 계열사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있다. 구체적으로는 쌍방울(코스피)→비비안(코스피)→디모아(코스닥)→아이오케이(코스닥)→제이준코스메틱(코스피)→광림(코스닥)→쌍방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광림의 밑으로 SBW생명과학(코스닥)도 연결돼 있다. 김 전 회장은 무자본M&A를 활용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상장사로 구성된 자신의 왕국을 세운 인물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순환 고리 중 한 회사라도 부도 등의 이유로 재무적 위기에 빠지면 그 여파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 광림은 이미 지난 2월부터 거래정지 중인 상황이다. 쌍방울 보다 일찌감치 거래가 정지된 것은 시장 규정에 따른 조치다.
코스닥 상장사는 횡령 규모가 자기자본의 3% 이상이거나 액수로 10억원이 넘으면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된다. 이에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광림의 상폐를 결정했고, 이에 대한 광림의 이의신청서가 접수된 상황이다.
광림이 상폐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그룹의 핵심 축인 쌍방울까지 상폐 심사를 받게 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에 걸쳐있는 쌍방울 그룹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다.
이미 쌍방울 관련주는 모두 동전주로 전락한 상태다. 쌍방울의 거래정지 소식이 전해지 하루동안 거래 중인 쌍방울 그룹주는 모두 2~11%대 약세를 겪었다. 한때 2조원 가까운 시총을 자랑했지만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가며 쌍방울그룹의 시총은 최근 4000억원대에서 턱걸이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회사의 리스크가 이렇게 그룹 전체로 번지는 것은 무자본M&A를 활용한 무분별한 확장의 부작용"이라며 "최근 증권범죄에 대한 수사속도가 빨라지면서 소위 작전주와 그 주변에서 이번 같은 사례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