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아니다’라더니… 국정위 국정계획엔 원전 ‘원’자도 없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5 06:10

에너지고속도로·AI 3대 강국·RE100은 강조, 원전은 공백
현 정부, ‘탈원전 아니다’ 발언과 다른 행보...尹 정부 때는 원전 육성에 방점
원전업계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탄소중립 위해 필수”


현 정부가 '탈원전 기조는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정작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보고대회 자료와 보도자료에서는 원자력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계획도 빠졌다.




이번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산업거점을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통한 AI 3대 강국 도약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신재생·디지털 인프라 계획이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수요 확대 계획을 뒷받침할 기저전원 대책, 특히 원전 관련 구체적 언급은 전무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자료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자료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여러 차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특히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원전을 추가로 짓는 것은 지난 정부 때 11차 전기본을 통해 확정했다"며 “국민 공감이 필요하겠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정계획에서 원전이 통째로 빠지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원전 비중 축소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에는 재생에너지·수소와 함께 원전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원전 비중 확대 △원전 10기 수출 △독자 SMR 노형 개발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당시 정부는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재정립"을 기조로, 에너지원별 균형 있는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원전업계는 국내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이 필수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도 기저전원 확보 차원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국정계획에서 제외하면 기술·산업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AI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현재의 2.5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면서, 탈탄소 전원인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전원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데, 무탄소이면서도 대규모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IEA도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 역시 현재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단순한 전력 공급원이 아니라 수출산업"이라며 “정책 의지 약화가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원전 등 개별 에너지원별 정책 방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부처 개편이 완료되면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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