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고 대출 갚았다…가계 여윳돈 3년 만에 최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6 17:25
자금운용

▲자료=한국은행.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올해 1분기 소득은 늘었으나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투자가 줄며 가계의 여윳돈이 예금을 중심으로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불었다.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해 1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76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64조8000억원 대비) 12조1000억원 늘었다. 2020년 1분기(81조원) 이후 최대 기록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양(+·순운용)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에 넣어두며 순자금 운용액이 대체로 음(-·순조달)인 기업과 정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의 여윳돈(순자금 운용액)이 증가한 것에 대해 "가계 소득과 소비는 양호한 흐름이었으나 주택 투자가 부진해 순자금 운용 규모가 1년 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000원으로 1년 전(386만원) 대비 3.4% 늘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69조8000억원으로, 1년 전(89조2000억원) 대비 약 19조원 줄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1년 사이 6조6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줄었다. 주식이나 펀드에서 돈을 뺐다는 의미다.

반면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60조1000억원에서 6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 금융자산 내 예금 비중은 1분기 44.5%로 지난해 4분기(43.5%)나 1년 전(41.8%)보다 늘었다.

주식 비중(19.8%)은 1년 전(20.1%) 대비 증가했으나, 이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보험·연금 준비금의 비중이 1년 새 30.2%에서 27.6%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자산 비중이 바뀐 영향이 있다.

가계의 1분기 자금조달액은 -7조원으로 나타났다. 돈을 끌어 쓴 게 아니라 오히려 대출 등을 7조원어치 상환했다는 의미다.

1분기 가계의 자금조달액(-7조원)과 금융기관차입액(-11조3000억원)은 모두 역대 최소였다.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대출 수요가 줄면서 대출금을 중심으로 조달액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1분기 순조달 규모가 -42조3000억원으로 1년 전(-35조3000억원) 대비 7조원 확대됐다.

대출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액(-3조9000억원)이 줄었으나, 예금 인출 등으로 자금 운용액(-46조2000억원)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1분기 기업의 자금 운용액은 역대 가장 적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 부진에 따른 영업이익 축소 등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며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며 "특히 자금 운용이 크게 줄었는데 기업 실적 악화와 금리 부담 등에 예금 인출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1분기 기업 예금은 31조2000억원 줄었다.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반정부의 순조달 규모는 1년 전 -10조7000억원에서 -23조1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국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커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dsk@ekn.kr

송두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