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吳, 文·朴 도시재생 그림자 지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9 13:06

‘보존’ 위주 도시재생, 주민참여 비율 낮아 비판 제기
서울시, 지지부진 ‘도시재생사업’→‘신통기획’ 전환
도시재생 "본래 쇠퇴도시 회복 취지 맞게 전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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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호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었지만 사업 효과가 미미해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으로 확정했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일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문재인 정부시절 방향타를 잃었던 서울의 도시재생사업이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등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시 서울시 등의 도시재생사업이 ‘개발’이 아닌 마을벽화 그리기 및 동네살리기 등 ‘보존’ 수준으로 전락해 도시재생의 본래 취지를 잃고 정비사업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지난해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정비사업에 거는 업계 및 원주민들의 기대는 커져가고 있다.



◇ 주민 요구와 동떨어진 보존 중심 도시재생

9일 학회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전국적으로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시범사업으로 67곳이 선정된 이래 지난해 말까지 534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지정됐고, 서울은 2014년 일반근린형 6곳 지정 후 총 52곳에서 사업 중이다.

이 가운데 고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에는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이 보존 중심 철학으로 ‘지역공동체 회복’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왔다는 지적이 줄곧 관계자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주민이 원하는 기반시설의 확충보다는 공동체 회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 결과 물리적 재생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공동체 중심 도시재생은 특정 정치색을 가진 주민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일각에서 있다. 도시재생이 정작 공동체 회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반복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이다.

이를 반증하듯 이전 박 시장 시절 도시재생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은 여러 수치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주민참여 비율이 전체 주민의 1~2%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4월에는 서울시가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73.1%가 도시재생 필요성을 공감했는데 이 중 ‘개발’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73.6%가 응답했다.



◇ 벽화그리기 ‘도시재생’→‘신통기획’으로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최근 사업이 지지부진한 도시재생 지역을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 대표 낙후지역 중 하나인 종로구 창신동·숭인동 일대를 2000가구 규모 주거단지로 계획한 것이 대표 예다.

앞서 창신·숭의동은 박원순 전 시장이 ‘제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노후 주거지 환경 개선을 추진한 곳이다.

당시 주민들은 도로정비와 골목길 조성 등 물리적 환경개선과 봉제산업 활성화 사업을 염원했지만, 여기에는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봉제역사관, 백남준 기념공간 조성 등 거점시설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된 것이 박 전 시장의 실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민이 원하는 것은 노후 환경에 대한 물리적 환경개선을 원했지만, 거점시설 조성 중심의 사업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최근 서울시는 창신·숭인동 일대처럼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으나 효과가 미흡한 곳(가리봉2구역·신림7구역 등)들 위주로 신통기획으로 추진해 실질적 주거환경 정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이슈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신통기획 등을 추진하면 기존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원주민들은 떠나야 한다. 앞으로도 ‘보존’으로 지정됐던 도시재생 지역을 ‘개발’ 차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임대주택 등 사회적 지원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보단 사업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에 설득력이 생긴다.

이명훈 한양대 도시대학원장(전 한국도시재생학회장)은 "일본의 도쿄 마루노우치나 영국의 런던 도크랜드 개발,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 개발 등이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 예다"며 "이제는 외국처럼 도시재생사업이 공공에 의한 공동체 의식 향상 사업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 소장도 "과거 ‘도시재생’이란 용어가 ‘벽화그리기’에만 한정됐지만, 앞으로 도시재생 본래 취지에 맞게 쇠퇴한 도시를 살린다는 의미로 다양한 방식의 정비를 통해 그 의미를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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