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생활용품 안전성,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12 08:10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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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어린이는 누구보다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되고 사고 발생시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안전 취약계층이다. 장난감 총이나 완구류, 킥보드, 자전거, 롤러 블레이드 등으로 인한 생활속 어린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제품도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다. 현재 안전하다고 인정받는 제품도 과학기술 발전으로 미래에는 새로운 위해성이 발견될 수 있다. 석면은 100년 전에는 널리 사용돼 왔지만 현재는 발암물질로 취급 받고 있다. 안전 개념은 시대에 따른 사회적 기대수준과 소비자 의식수준에 따라 변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대학을 다니던 1970∼1980년대 시내 커피숍에 들어가면 담배 연기가 자욱했지만 담배의 간접 흡연 위험성에 대해 항의하는 소비자는 없었다.

어른에게는 안전한 제품이 어린이에게는 안전하지 않아 안전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장난감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용품도 어린이 안전 고려해 디자인하고 설계해야 한다. 어린이가 녹즙기를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채소 투입구를 길게 하여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전기 포트를 거실에 세워 두고 사용하던 중 7개월 된 아이가 이를 만지다 넘어져 뚜껑의 빈틈으로 뜨거운 물이 새어 나와 아이가 3도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 경우 전기보온 포트가 제품출시 당시 안전을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다. 뚜껑이 닫혔음에도 물이 새는 것은 제조 설계상 결함이며, 제조물책임법에 근거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또 다른 사고 사례로 아이가 싱크대 위에 있던 믹서를 내려 전원을 연결하여 작동시키는 순간 컵이 깨지면서 튀어 나가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칼날이 노출된 상태에서는 제품이 작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 옷은 화상에 강해야 한다. 안경이 벽에 부딪혀 안경 깨지면서 어린이가 실명한 사고가 있었는데, 안경 제조업자의 충격에 강하다고 선전한 것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성인 신발에서 납성분초과 검출된 중국산 신발이 리콜 된 바 있는데, 이는 납 성분이 성인의 발에 투입될 수 있어서 리콜 된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성인 신발을 어린이가 빨아서 문제가 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린이용 줄 끈이 달린 후드 T 셔츠(가디건 포함) 는 판매할 수 없다. 이유는 어린이 후드 옷 모자 부분에 달린 줄이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걸려서 미끄럼 틀에서 내려 오는 어린이 목을 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에서 NO WIRE !! 가 대세이다. 장난감 등 생활용품에서 긴 끈이나 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고 있다. 어린이 목을 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곰 인형 눈이 쉽게 떨어져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는 경우 생산·판매할 수 없다. 이들 사고에서 모든 가정용품 디자인과 제조 과정에서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안전취약계층의 사용행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린이 안전확보를 위한 제도적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행 중인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어린이용품은 KC 인증을 받아야 하고 사업자에 부과하는 위해사실 의무보고, 정부 직접 리콜, 주의경고 표시 등 어린이 안전을 위한 강한 조치를 담고 있다.

어린이용품, 어린이 관련 시설 등 어린이 안전에 규정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고 안전을 위한 제품과 아이디어 및 기술개발도 지속돼야 한다. 어린이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다. 우산 8 면중 2면 조각이 투명한 어린이 우산, 우산 살 끝 및 대 끝의 모양이 플라스틱 큰 원형으로 제작된 우산, 밤에 시각적 안전을 위한 야광 처리된 우산을 들고 다니는 어린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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