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개선·연착륙 기대감에 달러화 추락
골드만 "약세 확대" 모건스탠리 "포지션 중립" JP모건 "매수거래 중단"
뱅크오브아메리카 "연착륙 기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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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을 늘리기 시작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 추이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HSBC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달러 강세론을 철회하거나 달러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9월 선물은 이날 99.62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3일의 저점(99.45)보다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100선을 밑돌고 있다. ‘킹달러’로 불릴 정도로 달러 가치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9월(114.04)과 비교하면 13% 가량 빠진 상태다.
달러인덱스가 100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달러화 가치의 상승폭이 모두 반납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업계에서는 약(弱)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달러화 흐름이 더 큰 하락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단기적으로 약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에 대한 포지션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rutral)으로 전환했고 JP모건은 달러화 매수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달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이번 달 0.25%포인트 금리 인상 전망이 99.8%에 이르고 있다. 다만 금리가 9월 또는 11월에 0.25%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은 각각 14.0%, 26.1%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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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달러인덱스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 또한 달러 약세 전망에 힘을 실어넣는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빠질 경우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 스마일’ 이론과도 일맥상통하다. 달러 스마일 이론은 미국 경제가 호황이나 불황 등 극단으로 쏠릴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성장이 완만하거나 소폭 둔화될 때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날 공개한 펀드매니저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착륙을 예상하는 응답자 비중은 20%에 그친 반면 68%는 미국 경제가 조금이라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HSBC는 전날 노트를 통해 "글로벌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더 개선될 것이란 징후와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약달러의 씨가 뿌려지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박스권에 머물렀던 달러화의 가치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최고 글로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개선되면서 연착륙 전망이 우세해졌다"며 "이는 세 가지 시나리오 중 달러가 가장 힘을 못쓰는 환경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달러의 하락 폭이 예상보다 너무 가팔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킷 저크스 환율 전략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해 2월 이후 달러·유로 환율이 처음으로 1유로당 1.12달러로 치솟았던 점을 짚었다. 그는 "금리 추이, 경제 지표 등에 비해 달러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추락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