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연준·‘완화정책’ 일본은행…방향전환 임박 관측
‘엔화 숏’ 나섰던 헷지펀드들도 이젠 ‘롱’
엔화 강세론 "과장됐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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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0일 한국시간 오후 12시 7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24엔을 기록 중이다.
일본 엔화는 주요국 중에서 올해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통화로 지목됐다.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에 비해 5% 가량 하락했고 유로화, 영국 파운드하, 스위스 프랑화 등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더 크다.
그러나 이달 들어 엔화 가치가 달러대비 4% 오르는 등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45엔에 육박했던 엔화 환율은 현재 130엔 후반대로 내려왔으며 지난 주엔 137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배경엔 지난 1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수년간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왔던 일본은행이 조만간 방향을 바꿀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미국에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0%를 기록하자 시장은 이달 이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달러화의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면 일본의 경우 1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2.7%를 기록한데 이어 인플레이션 징후가 감지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소규모의 통화긴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변경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는 언젠가 일부 국채 수익률 상한선이 높아지거나 완전히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퀵이 실시한 월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의 약 75%는 일본은행이 다음 주 회의에서 정책 변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이 정책을 바꿀 경우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이 완전히 폐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참가자는 4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헷지펀드들의 움직임 또한 엔화 환율 추이에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BNP 파리바 자산관리에 따르면 올해 헷지펀드들은 대규모로 엔화 매도에 나선 반면 영국 파운드화, 멕시코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등을 매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헷지펀드들은 엔화 숏포지션을 철회한 데 이어 옵션 계약을 통해 엔화 롱 포지션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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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엔·달러 환율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팩트셋이 브로커업체 4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연말 엔화 환율 전망치 중간값이 달러당 132엔으로 집계됐다.
씨티그룹과 노무라는 내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롬바드 오디에의 호민 리 거시경제 전략가는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 펀더멘털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향후 12개월 내 환율이 12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야마다 슈스케 최고 일본 환율 및 금리 전략가는 "시장이 왜 이런 방향으로 거래하고 단기적으로 환율이 13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지 이해한다"면서도 "이는 과장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본은행의 YCC 정책은 단계적으로 수정돼 미일 금리격차가 환율 흐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엔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우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조달해 매도한 자금으로 고금리 통화를 운용하는 기법으로, 엔화 약세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