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인터뷰
"제로에너지건축, 패시브·액티브·신재생에너지 버무려야"
성능규제·인센티브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관건
공공임대·사회주택 통해서 선도 사례 만들어야
[편집자주]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분양·분양임대 아파트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Zero Energy Building)’ 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소비를 ‘0(에너지자립률 100% 이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 핵심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립률에 따라 최고 1등급(100% 이상)에서 5등급(20% 이상 40% 미만)까지 나뉜다. 내년에 적용하는 민간 아파트는 최소 5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부터 제로에너지건축 인증제도가 시작됐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3956건의 본·예비인증을 받았다. 이 중 주거용 공동주택(임대 포함)은 80건을 받았고, 민간에서 신청한 기준으로만 볼 땐 32건 정도밖에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본 인증만을 보면 단 7건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 민간아파트로의 제로에너지건물 최소 5등급 의무화를 두고 필요성과 한계, 아파트 분양시장 및 건설업계와 건설기자재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3회에 걸쳐 기획 취재한다.
▲지난 21일 만난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이 제로에너지건축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제로에너지건축물을 활성화하는 관건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은 지난 21일 서울 광진구 RE도시건축연구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 소장은 기후 위기 대응을 고민하는 건축가다.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관련 세미나에서 자주 발제를 맡아 건축 분야 재생에너지 관련 대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제로에너지건축물 전문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합이 넷제로, 즉 ‘0’이 되는 건축물로 나라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추 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냉난방·급탕·환기·조명 5대 에너지의 사용량에 대해서만 소비와 생산의 합이 ‘0’이 되는 건물로 평가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에는 패시브 기술(고단열·고기밀창호·외부차양)과 액티브 기술(고효율설비·에너지관리시스템), 신재생에너지(태양광패널·지열냉·난방)가 적용된다.
추 소장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조성을 위해서는 3가지 기술이 적절히 최적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현실적인 비용 한계가 있을 경우 추후에 수정이 쉬운 신재생에너지보다는 패시브 건축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좀 더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시브나 액티브 기술로 효율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설치만으로 제로에너지 건축물 조성을 하고자 하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설치가 증가해 비용문제도 있겠지만, 실제 설치 잠재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조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추 소장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필요성과 관련해 "탄소중립과정에서 건물의 고유한 기능을 침해하지 않고, 실내 활동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2050년 탄소중립로드맵에 따르면 신축건축물은 단계적 기준 강화를 통해 2050년까지 모두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조성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시장 내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
추 소장은 민간주택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가치가 시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성능 규제나 세제지원, 경제적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시장에는 그럴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 제로에너지건축 인센티브는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 가점 부여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20% 상향 △주택건설산업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경감 △취득세 최대 20% 감면 등이 있다.
추 소장이 제안한 제로에너지건축 인센티브는 △현재 85㎡미만 국민주택 건설 시 적용되는 부가세 면제 혜택 적용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주택의 원시취득에 대한 일회적 취득세가 아닌 인증 건물의 부동산 거래 시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감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주택을 건축하거나 분양받는 가구에 대한 융자 한도 상향 및 이자 지원 제도 등이 있다.
그는 또 "자발적 개선이 어려운 임대용 건물이나 모든 기존 건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최저에너지성능을 요구하고 이를 만족해야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계적으로 기존 건물의 성능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 소장은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도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리모델링은 노후 건축물의 단열, 설비 등 성능 개선을 추진해 오래된 건물의 냉난방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말한다. 모든 노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기에 운영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정부도 그린 리모델링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지원 실적을 보면 2021년에 1525억6800만원이었던 총 사업확인 금액이 2022년에는 903억44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추 소장은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선도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며 "공공임대·사회주택을 중심으로 먼저 제로에너지 리모델링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제도 개선 및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약력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학사 △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 공대·함부르크 하펜시티 대학 건축학사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건축석사 △제드엠제이 건축사사무소 소장 △ 전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비상임이사 △ 전 원주시 공공건축가 △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현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 현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현 한국환경공단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현 노원구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