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수출금지에 폭염까지…글로벌 식량난 ‘경고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5 08:53

세계 곳곳서 기록적인 폭염…유럽·아시아·미국 농업 직격탄
극심한 기후로 식품발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 수출규제도 식량 위기 가중시키는 요인

Italy Heat Wave

▲22일 폭염에 양산을 쓰고 걸어가는 관광객들(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각국 수출규제 등 지정학적 요인들도 글로벌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완화 추이를 보이기 시작한 세계 인플레이션이 식량위기로 더 끈질기게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극심한 폭염이 세계 곳곳의 농장을 황폐화시키면서 농산품 생산이 위협받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마저 발생해 농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는 남유럽 국가들의 농업은 이미 악화된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수도 로마에서 최고 기온이 41.8도까지 올라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에 이탈리아 농업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콜디레티 측은 폭염으로 인한 이탈리아의 올해 농업 손실이 작년 수준인 60억 유로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곡물 생산량이 작년보다 최대 60% 급감해 유럽연합(EU)이 15년래 최악의 흉작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역대급 폭염이 중국에서 기승을 부려 쌀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쌀 수입국가들이 재고량을 크게 늘리자 아시아 쌀 가격이 최근 2년만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상황도 녹록치 않다. 옥수수, 대두 등의 핵심 생산지인 중서부 지역에서는 지난달 3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브로커 업체 스톤엑스의 알란 수더만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는 비가 오면서 가뭄이 해소됐지만 곡물 성장에 중요한 시기인 7월말∼8월초에 극심한 기후가 다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듀럼밀 생산량이 16%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폭염은 단순히 농산물 생산량에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중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2년 연속 낮아지고 있어 미국 내륙지역의 물류 운송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내륙 수운의 중심으로 꼽히는 미시시피강에선 농산물과 유류를 비롯해 건축자재까지 수많은 물품이 운반된다.

문제는 글로벌 식량난은 폭염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 정부는 최근 비(非)바스마티 백미의 수출을 금지했다. 폭우로 농작물이 피해를 보면서 자국내 쌀값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해 9월 싸라기(부스러진 쌀알)의 수출을 금지하고 일부 쌀 품종에 대해서는 20%의 수출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이러한 제한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UKRAINE-CRISIS/EAST-DRILLS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군(사진=로이터/연합)

인도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이 파기되며 글로벌 곡물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 나와 더욱 주목을 받는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지난 18일 만료됐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오데사에 대한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부두 근로자 4명이 다치고 곡물 창고와 항만 시설들이 파손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로 인해 9월물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9% 가까이 급등,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식량 가격 상승이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팀 벤톤 식량 안보 전문가는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잇다"며 "인플레이션이 둔화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느린 속도로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케이틀린 웰시 식량 전문가 또한 "1년 넘게 떨어졌던 글로벌 식품 가격이 다시 오르지 않으면 놀랄 것"이라며 "농업 시장은 다양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