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무량판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 전수 조사
활기 띄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 미칠 것이라는 우려 증폭
전문가 "불안감 있지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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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터진 ‘철근 누락’ 사태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부동산 및 분양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 신축 공사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철근이 누락되는 사달이 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최근 훈풍이 불며 분위기 반전을 보이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이 공공 공사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건설업계까지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할 계획이며 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 중인 105개 단지와 준공된 188개 단지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시공사, 감리 담당사를 공개하며 ‘건설 이권 카르텔’을 발본색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한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에 전단 보강근(철근)을 잘 감아줘야 하는 데 이를 필요한 만큼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LH 철근 누락 단지 주민들은 불안감에 살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전면 재시공 수준의 보강 공사 뿐 아니라 정밀안전진단 등 조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민간 아파트들 또한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최근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과 분양 시장에 찬물을 끼얹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서울 아파트 거래량, 지난해 부진 잊고 증가세 이어가
최근 집값 하락과 각종 규제 완화로 주택 매수 심리가 점차 살아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384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000건 아래로 떨어지며 거래절벽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연초 1·3대책 등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 이후 반등하기 시작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각종 저리 대출 상품을 출시한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고 유동성이 개선되며 서울 부동산 시장은 상승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 거래절벽 이어오던 분양 시장, 흥행 이어가
여기에 더해 그동안 분양을 미뤄온 단지들이 기지개를 켜며 이달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최대 물량이 수요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중 서울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8개 단지 7352가구로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규모이며 이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에 풀린 전체 분양 물량(7906가구)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이달 서울에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연이은 흥행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19.3대 1)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서울 부동산 및 분양 시장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부실 공사 논란이 일자 수요자들 사이에 부실 공사에 대한 공포 심리가 퍼져 되살아나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데 전수 조사가 진행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 막연한 공포심이 퍼질까 우려스럽다"며 "최종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3~4개월이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신규 분양 아파트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수요자들 사이에 이번 사태로 인한 불안감은 당연히 퍼지겠지만 아파트에서 가장 크게 고려되는 것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라며 "현재 바닥 인식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뜨겁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