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황 ‘이번엔’ 다르다? 나토는 종전설 급 수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17 21:52
UKRAINE-CRISIS/TRAINING-TANKS

▲독일제 전투탱크 운용법을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지 못해 발이 묶였던 우크라이나군 진격이 대반격 개시 두 달 만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 4일 반격에 들어간 이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온 우크라이나가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도 "최근 2주간 우리는 상황이 서서히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격전지를 찍은 위성영상에 담긴 정보와, 러시아 군사 블로거 등이 전한 현지 상황도 이런 분석과 결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라는 러시아군 방어선을 흔드는 우크라이나군 공세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벤 배리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군이 포병·보병·기갑 합동으로 방어선을 돌파해 틈을 만들어 내는 ‘종심전투(縱深戰鬪)’를 구사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근접전투’를 조합하는 성공적 전략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이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스톰섀도 미사일 등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로 러시아군 포병 전력을 깎아내고 후방 보급 거점·지휘소를 파괴해 러시아군 방어선을 효과적으로 약화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자주포와 Ka-52 공격헬기 등의 수를 줄이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2월 개전 당시 100여대 남짓이었던 러시아군 Ka-52는 현재 25대 안팎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부전선 요충지 우로자이네 마을 등, 러시아군 일부 방어선에서 병력 부족 징후도 나타난다고 짚었다.

우로자이네 방면 방어를 맡았던 러시아군 지휘관 알렉산데르 코다코프스키는 당시 텔레그램을 통해 "커져가는 재난을 막기 위한 예비 병력을 지원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멜리토폴과 베르디안스크를 겨냥한 남부전선 2개 축선 공세는 동부와 달리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광범위한 면적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지뢰가 깔린 탓이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방어선 주변에는 1㎡당 최대 5개 지뢰가 매설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움 요청을 받은 서방 역시 지난 수십년간 이처럼 대대적으로 지뢰가 매설된 전장을 경험한 적이 없는 탓에 관련 경험이나 장비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조만간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미사일 400여발을 전달하기로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돌파 작전을 위한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특히 "러시아는 1차 방어선이 뚫리지 않는다는데 베팅한 듯 보인다. 일부 전문가가 의심하는 것처럼 2차, 3차 방어선이 허약한 상황이라면 (1차 방어선) 돌파는 결정적 한 방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지에 대한 서방 세계 ‘균열’을 노출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논란 수습에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직접 자신의 비서가 제기한 ‘영토 포기’ 종전설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7일 노르웨이 아레날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평화협상 조건이 갖춰졌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우크라이나뿐"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수용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나토 동맹들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는 이틀 전 최측근인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 비서실장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옌센 비서실장은 지난 15일 노르웨이 일간 ‘VG’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영토를 포기하고 대신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것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당 발언이 공개되자마자 우크라이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결국 옌센 비서실장은 하루 만에 "실수였다"고 사과해야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옌센 비서실장의 발언에 "그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나토의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나, 그리고 나토의 주된 메시지기도 하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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