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투자 주의보
초전도체 증시 휩쓸더니 맥신 쏠림에 롤러코스터
이번엔 양자얽힘 테마에 상한가 이후 일부 곤두박질
증권가도 "특정 세력 일부테마 끌어올려 투자 주의"
▲사진=유튜브 갈무리 |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신기술 나왔다고 하면 아묻따 고고’
한 텔레그램 채널 관리자가 양자(量子) 기술 관련주들이 급등하자 적은 글이다. 신기술 테마주가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수에 나선다는 걸 지적한 표현이다. 이차전지 관련주의 과열양상이 해소되자 갈 곳 잃은 투자 자금들이 각종 테마주들로 쏠리고 있다. 순환매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테마에서 테마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초전도체 이슈가 증시를 흔들면서 ‘제2의 초전도’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신기술 이슈’에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테마주들의 경우 ‘단타’ 성격이 강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차전지에서 초전도로 그리고 ‘양자 얽힘’
지난 23일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대규모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에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11개 중 우리로, 텔레필드, 코위버, 케이씨에스, 파이버프로, 피피아이, 아이윈플러스 등 7개 종목이 양자컴퓨팅 관련주다.
이튿날인 24일 우리로가 20%대 상승률을, 텔레필드와 케이씨에스가 각각 5%, 2%대의 오름세를 나타낸 것과 달리 파이버프로와 아이윈플러스, 코위버는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양자컴퓨팅 관련주 상당수는 약보합세를 이어갔다. 양자 이슈가 일일천하(一日天下)로 막을 내린 거다. 우리나라의 양자역학 관련 기술은 현재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지난 6월 올해부터 203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최소 3조원을 투자, 선도국 대비 85% 기술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다.
그간 이슈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테마주는 존재해 왔다. 하지만 올해 나타난 양상은 이차전지에 쏠렸던 수급이 이탈하면서 테마주를 타고 또 다른 테마로 이동중이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에코프로 주식을 2조원 가까이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하반기(7월 3일~8월 23일)에만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차전지에서의 수급이 이탈하면서 시중 자금은 초전도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물질이라고 주장한 ‘LK-99’에 대한 이슈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7월 27일을 필두로 관련주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덕성과 서남은 지난 8월 8일 장중 각각 1만4800원, 1만543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7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덕성은 3465원, 서남은 303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6일(현지시간) 네이처는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주가는 관련주는 급락세를 탔고, 23일 기준 서남은 4000원 선으로 덕성은 7000원 후반에 거래를 마쳤다.
◇꿈의 물질 맥신?
기술 테마 쏠림은 ‘맥신(MXene)’으로 이어졌다. ‘꿈의 물질’로 평가되던 맥신 관련주는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맥신의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히면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소식에 아모센스와 휴비스, 나인테크 등은 지난 17일부터 상승세를 기록 18일과 19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일부 회사들이 맥신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곤두박질 쳤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맥신 테마 상승에 대해 "초전도체 테마가 보여 주었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흐름으로 해석된다"며 "초전도체 테마에 강하게 쏠렸던 자금이 맥신 테마로 한 번에 쏠리며 상한가를 만들어 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플로우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는 강한 변동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특정 세력이 일부 테마들을 끌어올리는 것 같다"면서 "주가가 상승한다고 함부로 투자에 나섰다가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