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년전 북한과 희토류 개발 합의…“재개되면 남북 경협 물꼬 트고, 공급망 다변화 효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1 06:00

2011년 11월 광물공사-명지총회사 남북한 자원개발 합의

희토류 등 7개 광종 대상…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사업 중단

북측 건낸 희토류 샘플 조사하자 세계 최고 품위 10.9% 나와

전문가 “중국 독점시장, 독자 공급망 확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다만 북한도 언제든지 공급 중단 가능성 있어 신중한 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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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가 2011년 11월 30일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가 체결한 '남북한 자원개발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 교수는 당시 광물자원공사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합의를 주도했다. 사진=윤병효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남북한이 북한의 희토류 등 7개 광종을 개발하는 협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북한 관련 기관은 본계약 체결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그해 12월 김정일 전 북한 최고지도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희토류 품위(함유량)는 10.9%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광물로, 중국이 전세계 공급망을 꽉잡고 자원무기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북한 희토류광산을 개발해 도입한다면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되고, 남북한 경제협력 물꼬를 트는 계기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에 지난 2011년 11월 30일 남측의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측의 명지총회사가 체결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를 공개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당시에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며, 합의서에도 공사를 대표해 직접 서명했다.


세계적인 희토류 개발광산 평균 품위. 자료=미국지질조사국(USGS), 북한 품위는 2011년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 연구소에서 직접 측정

세계적인 희토류 개발광산 평균 품위. 자료=미국지질조사국(USGS), 북한 품위는 2011년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 연구소에서 직접 측정

합의서에는 '북측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와 남측의 광물자원공사는 남북간 관계 개선을 대비해 다음 사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성실히 의무를 준수하기로 한다'며 정촌흑연광산 정상화와 7개 광종에 대한 공동 개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2003년 합작계약에 따라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 위치한 흑연광산을 공동 개발해 생산물을 남측까지 들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는 5월 24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광산개발은 중단됐다.


합의서는 이를 재개함과 동시에 다른 광산까지 공동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이 합의서에서 중요한 것은 희토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북한이 먼저 희토류 개발을 제안했다. 광종 중에서 희토류를 맨 앞에 적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북한은 남한이 희토류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앞서 2010년 9월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일본이 바로 꼬리를 내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세계에 희토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가 알려지게 됐다.


북한의 희토류 개발 제안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진심이었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명지총회사 측은 합의서 체결 자리에 희토류 광석 샘플을 가져와 “남측이 이걸 한번 조사해보라우"라며 건냈다.


강 교수는 샘플을 가져와 광물자원공사 연구소를 통해 품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0.9%가 나왔다. 이는 세계 1위 매장지인 중국 바이윈어보 광산의 4.94%보다 거의 2배, 세계 2위 매장지인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강 교수는 “북한의 희토류 주요 매장지는 평안도와 황해도로 알고 있다. 당시 북한과 공동 조사하는 것까지 합의가 됐었는데 곧바로 김정일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내 못하게 돼 매우 아쉬운 마음"이라며 “북한과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개발은 서로에 득이 되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독자 공급망을 갖게 되는 길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검토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한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경수로 사업처럼 남측에서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정치적 리스크로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고, 희토류 개발도 북한으로선 굳이 남한과 하지 않고 중국과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중국은 자국에 정제련 시설을 갖추고 북한에서 광석만 가져가기 때문에 북한에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북한 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제련 시설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시설을 지어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우리는 생산물만 가져오면 양측이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기업만으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안다"며 “중국과 3자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중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남북한 경제협력은 정치적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고, 이후 실질적 사업에 들어간다해도 기업의 경제성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희토류 광물 관련 전문가는 “남북한이 정치적 타협으로 희토류 공동 개발에 나선다 해도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공급망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경쟁국, 경쟁사들의 성장을 제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은 결국 기업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보장, 경제성 확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가 10~20% 만이라도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만큼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원경제 전문가는 “남북이 공동 개발을 통해 북한에 정제련시설까지 갖춘 희토류 공급 기반을 갖춘다면 중국 독점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남북이 한민족이니까 우리에게 더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접근은 버려야 할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경수로 사업 등 중단 사례가 많은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이념 경쟁은 30년 전에 끝났다. 이제는 국익을 위한 실익이 중요하고, 평화가 바로 실익이다"라며 “개성공단 사업은 눈에 잡히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장관이 된다면 반드시 되살려내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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