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근로시간 단축 ‘평행선’…완성차 임단협 ‘가시밭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0 14:25

현대차·기아노조 정년연장·주4일제 등 요구에 사측 “수용 불가”

한국지엠 부분파업 지속···‘한국 철수설’ 갈등 총파업 우려까지

KGM 16년연속 무파업 유력, 르노 재협상 합의 여지 남겨놓아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18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열고 있다.

완성차업계가 올해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노사간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한 가운데 악화된 국내외 경영환경과 기업마다 다른 핵심쟁점들로 협상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미 미국 본사의 한국사업 축소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한 상태이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노조는 수천만원대 성과급 지급은 물론 정년 연장, 근무시간 단축 등을 요구해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에 KG모빌리티(KGM)은 무파업이 유력하며, 르노코리아도 한때 협상 파행을 겪었지만 재교섭을 통한 이견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돌아오는 임금 및 단체협약이지만 올해 완성차업계가 더 긴장하는 까닭은 미국발 관세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장기화 등 경영 환경의 악화 요인이 어느 해보다 많아 노조와 협상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18일 임단협 상견례를 개최한 뒤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 요구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5.8%(14만1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으로 지급,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근로시간 주 4.5일로 단축 등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주 4일제 등을 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고 본다. 이미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1인당 최대 1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임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현대차 1억2400만원(평균 근속연수 15.8년), 기아는 1억3600만원(평균 근속연수 21.8년)이다.


특히 정년 연장이나 근무시간 단축 구호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발맞춰 내놓는 '정치적 구호'로 읽힌다. 현대차·기아 글로벌 사업장 중 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국내 공장이다. 효율성이 제일 떨어지는 곳 역시 한국이다.


한국지엠에서는 이미 파업이 시작됐다. 이 회사 노조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사업 축소와 임금협상 이견을 문제 삼아 지난 10~11일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동시에 잔업을 거부하며 파업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성과급 1인당 4136만원 등을 원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6만300원, 성과급 1600만원 이상 지급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임단협을 넘어 중장기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사측이 직영 정비센터 매각 등을 골자로 사업 규모를 줄이자 'GM 한국 철수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노조는 임단협과 별도로 '시설 매각 계획 결사반대' 구호를 내걸고 조합원 전진대회도 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원들이 지난달 17일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서 '정비사업소 및 부평공장 시설 매각 계획 결사 반대' 구호를 외치며 조합원 전진대회를

▲한국지엠 노조원들이 지난달 17일 부평공장 조립사거리에서 '정비사업소 및 부평공장 시설 매각 계획 결사 반대' 구호를 외치며 조합원 전진대회를 열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성과급 40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임금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간 협상이 한때 파행을 맞기도 했지만 재교섭에 들어가 의견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KG모빌리티(KGM)는 16년 연속 무파업 임금협상 타결이 유력해 보인다. 기본급 13만9000원 인상,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노사간 교섭을 진행 중이다.


완성차 업계는 앞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까지 염두에 둬야하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미국이 각국과 진행하고 있는 상호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전기차 구매자에 주는 세금 혜택이 사라지며 현지 시장 공략법에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전기차 캐즘 장기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대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간 협상 외 민주노총 등 상위 단체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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