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흉상 이전 검토…독립군·광복군 역사 배제 아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8 13:33

소련 공산주의 손 잡았던 전력 고려해 부적절하다는 인식 깔려
민주당 "국군의 정체성 부정하는 참담한 일…반역사·반민족적 폭거"

브리핑하는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YONHAP NO-2123>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군 당국이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흉상 이전 검토 이유에 대해서는 "홍범도 장군과 관련돼서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조국 광복을 위해 독립운동에 기여한 애국지사들의 공로까지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을 빼고 국방부 청사 앞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대변인은 "육사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기념물 재정비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옮기고 하는 것은 세부적인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육사가 역사학계나 교육부와 함께 동상 이전을 검토했냐는 질문에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 대변인은 "만약 육사에 있는 흉상이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도 바꿀 계획이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제정 변경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흉상 이전을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홍 장군이 독립운동 과정에서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손을 잡았던 전력을 고려할 때 흉상을 국방부 등에 설치해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홍 장군 유해 봉환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중복 서훈과 흉상 설치가 연달아 이뤄진 데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흉상 설치 등이) 다 진행됐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한번 여과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나 북·중·러 밀착을 경계하는 한미일 3국의 공조 강화 등의 흐름과도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광주광역시 출신 중국 혁명 음악가 정율성을 기리기 위한 시의 공원 조성에 정부가 명확히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와 육사가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홍범도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니라 (육사에 설치됐던 것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가지고 저열한 역사 인식이라고 하는 건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에서 대승을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면서, 또 한편으론 자유시 사변 등 여러 논란도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독립운동 역사 지우기에 나섰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반민족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얼빠진 폭주를 당장 멈추라"고 적었다. 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한 방송에 출연, "그런 한심한 일을 건의하는 닭대가리 참모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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