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기차 충전 표준 전쟁, 최종 승자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30 10:37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손성호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술경영이나 기술전략의 측면에서 표준(standard)은 해당 사업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이슈다. 전자기기나 정보통신 분야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해당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곧 관련 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준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대표적인 표준 경쟁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송전 방식에서의 AC(교류)와 DC(직류) 사례다. 몇 년 전 영화로도 묘사된 바와 같이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 방식을,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은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방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비용이나 장거리 송전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의 전기시설 독점권을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가면서 교류가 송전 방식의 표준으로 100년 넘게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볼 때 컬러 TV, 가정용 비디오, 개인용 컴퓨터, 웹 브라우저 등의 시장에서 주요 기술혁신을 이룬 기업들이 전략적 동맹 등을 통해 표준 경쟁에 뛰어들었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면서 기업의 운명이 바뀐 사례들은 지금까지도 화자 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 경쟁이 최근 전기차의 증가 추세와 함께 관심을 받는 전기차 충전시장에서도 일어나는 분위기이다.

관련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CCS(Combined Charging System·합동충전방식)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미국의 공용 급속 충전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 있게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운영 중인 테슬라가 자신들의 고유 충전 방식인 NACS(North America Charging Standard·북미표준충전)를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그동안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독자 규격인 NACS 기술을 공개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자사 전기차에 NACS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점차 NACS 충전방식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미국의 몇 몇 주에서는 전기차 충전 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의무적으로 NACS용 포트를 채택하도록 하는 등 전기차 충전시장에서의 표준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사용자들은 호환성 측면에서 한층 더 편리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SB-C 타입의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와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경우, 서로 다른 충전 케이블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EU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USB-C 타입으로 휴대기기 충전단자가 통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렁주렁 달려있던 충전 케이블 꾸러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표준전쟁에서 관련 기업들은 전략적 동맹 여부, 차이 있는 통신 방식과 출력범위를 고려한 충전 포트 확장과 제품 디자인 수정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편리성이 높아져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대가로 고객은 자신의 주행 및 충전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면 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이 곧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임을 입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 고객기반, 지속적인 혁신 능력, 선도적인 시장 진입 및 변화 대응 속도, 보완재 구축 여부, 사용고객 만족도나 피드백 등이 표준전쟁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이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기업들이 전기차 표준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잘 대응해 침체기에 빠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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