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나오는 이재명 단식 이유? 뭐가 다를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31 21:00
이재명 단식농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 것을 계기로 정국이 또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다만 단식이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 제명안 부결 하루 뒤이자, 이재명 대표 체포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정기국회 시작 하루 전 이뤄지면서 의구심도 짙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 단식은 민주화 이후 정치 리더들이 ‘핵심 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쓴 단식과도 성격이 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단식 선언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 국민 사죄 △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 △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다.

다소 명분과 내용이 모호한 ‘민주주의 훼손’과 ‘국정쇄신’ 등을 제외하면 주요 현안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이 방류를 시작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요구는 ‘실효성’ 보다는 ‘항의성’ 짙은 조치에 가깝다. 이는 그간 정부·여당 결정에 따라 ‘실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단식을 택했던 야당 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1990년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치사찰 중단, 지방자치제 전면 시행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김 전 대통령 요구는 1991년 지방의회 선거로 일부 실현됐고,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돼 그 뜻을 이루게 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특별검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철회를 촉구했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단식도 특검법 재의결이라는 과실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야권에서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단식(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2018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단식(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패스트트랙법안(신속처리안건) 포기 요구 단식(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 등이 이어졌다.

이들 요구 사항은 모두 정부·여당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고자 했던 이정미 대표 단식도 방류 일정이 공식 결정되기 전이었던 지난 7월이었다.

이때 이재명 대표는 이정미 대표에 "오염수 문제는 방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전"이라며 "건강을 훼손하면 안 되니 장기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단식을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단식 포기를 권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안전성 점검 등을 위해 약 30년이상 나눠 진행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단식을 "뜬금포 단식"으로 규정하며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애먼 주위 사람들 고생시키지 말고 부디 대표직에서 내려오고 단식하시라"라고 비꼬았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쯤 되면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 ‘악어의 단식’이라 부를 만하다"며 "단식이든 국민 항쟁이든 할 때 하더라도 약속한 영장 심사부터 받으라"고 촉구했다.

박수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의원이 가야 할 곳은 단식 농성장이 아니라 재판정"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강자의 단식은 저항이 아니라 땡깡이자 협박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씀을 경청하면 좋겠다"고 비꼬았다.

이밖에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이재명 대표가 이번 단식으로 ‘비명계 불만을 수면 아래로 억누르고 대여 투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주권자의 대리인, 충직한 일꾼이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정권은 국민과 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당내 일각 사퇴 주장에는 "절대왕정에도 당연히 왕이 물러났으면 하는 게 있다"며 "침소봉대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 또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현 당 지도체제를 지지하지 않느냐"라고 일축했다.

그는 당 지지율이 부진하다는 지적에도 "자부할 일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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