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골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기준소득월액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을 끌어올리고 수령액 지급 개시(수급 시작) 연령은 늦추는 내용이다.
보장성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상향 제안은 논의가 파행되면서 빠졌다.
결국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통해 받게 될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재정계산위는 ‘재정추계기간인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시나리오를 짰다. 변수는 보험료율, 연금지급 개시연령, 기금투자 수익률 등 3가지가 적용됐다.
1998년 이후 계속 9%인 보험료율은 12%, 15%, 18%라는 3가지 인상 시나리오가 나왔다.
2025년부터 1년에 0.6%p씩 5년간 올려 12%로, 10년간 15%로, 15년간 18%로 올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소진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과 관련해서는 66세, 67세, 68세로 각각 늦추는 3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연금지급 개시 연령은 2013년 기준 60세였다. 그러나 2033년까지 5년마다 1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조정되는 중이다. 올해는 63세인데 전문가들은 2033년 이후에도 같은 스케쥴대로 5년마다 1살씩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금소진 시점은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면 2057년, 67세면 2058년, 68세면 2059년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민연금 기금 투자수익률을 현재보다 0.5%p, 1%p 상향시키는 경우도 상정했다. 각각 2057년, 2060년으로 기금소진 시점이 늦춰진다.
보고서는 이런 3가지 변수와 관련한 상황들을 조합해서 모두 18개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그러면서 이런 방안을 종합한 결과로 △ 보험료율 12%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투자수익률 1% 제고(기금소진 2080년) △ 보험료율 15% 인상·지급개시 연령 68세 조정(기금소진 2082년)+기금투자수익률 0.5% 제고(기금소진 2091년) 혹은 기금투자수익률 1.0% 제고(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 보험료율 18% 인상(기금소진 2082년)·지급개시연령 68세와 기금수익률 0.5%·1.0% 중 하나 이상 조합(재정추계기간 기금 유지) 등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용하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은 기금 고갈 우려 해소가 이번 재정계산 목표였다며, 보험료율 등을 올리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재정추계 결과 적립 기금이 소진되면 보험료율을 34.9%까지 올려야 연금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고 설했다.
그는 특히 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이후 계속 9%로 유지돼 그동안 유일하게 연금 개혁에서 빠져있었다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료율 인상 효과는 가입자 수에 비례한다며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70년생은 100만 명이 넘지만, 작년 출생자는 25만 명밖에 안 된다. 같은 1%p를 올려도 효과가 4배 차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 건정성이 강화되는 시나리오는 노후보장에 대한 국민연금 역할을 축소 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노인 상대빈곤율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1위인데 반해 정년은 60세,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올해 기준 63세다.
김 위원장은 이런 ‘연금 절벽’ 문제에 대해서는 "은퇴 후 몇 년 있다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시바삐 사라져야 하는 제도"라고 긍정했다.
그러면서 "가입연령 상한을 수급 개시 연령에 순차적으로 일치시켜 추가 가입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해 은퇴 전까지 납부, 은퇴 직후 수령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위원회는 공백이 예상되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 장기적 폐지 △ 유족연금 지급률(기본연금액의 40~60%) 60% 상향 △ 출산크레딧 첫째아 출산 적용,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인정 등을 제안했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과 관련해서는 수급액을 올리면서 현재 소득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를 넘겨받는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한다.
이 종합운영계획은 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 격이다.
다만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 정부에선 단일안이 아닌 4개 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한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번 역시 복수안을 제시할 경우 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다.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변수다.
국민연금 개혁은 가뜩이나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데 ‘더 받기’ 없이 ‘더 내기’만 있는 개혁안을 총선 코앞에 내놓기는 큰 부담이다.
이번 위원회가 제시한 보험료율 인상 폭 연 0.6%p는 전 정부 복수 개혁안에 담겼던 인상 폭(5년마다 1%p)보다 가파르다.
한편,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실제 연금기금을 굴리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논리에 따라 기금이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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