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는 절차 없고 떫은맛 줄인 액상차로 인기
당도·농도 자유롭게 조절 가능 '무가당' 장점도
코로나에도 평균 30%이상 성장…해외진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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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욱 티에이블 대표. 사진=티에이블 |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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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차 마니아의 심정을 헤아려 티백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동시에 차맛까지 향상시킨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액상차 제조·유통기업 ‘티에이블(T,ABLE)’이다.
직접 물에 담가 마셔야 하는 티백의 음용 절차를 해소하기 위해 차 원료나 성분을 액상 형태로 만들어 바로 물에 타마실 수 있도록 제품화한 것이다. 특히, 액상화 과정에서 차의 떫은 맛은 최대한 줄이고 향긋한 맛을 더욱 살려 편의성뿐 아닌 품질까지 개선시켜 꾸준히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노승욱 티에이블 대표는 "소분(小分)된 무가당 차를 판매하는 만큼 고객이 직접 원하는 농도를 맞춰 아이스티와 밀크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제품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경쟁사들은 대용량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대용량 음료의 특성상 장기 보존을 위해 설탕이 많이 들어가 당도 조절이 어려워 가당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게 되거나 차 본연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간 식음료 기업에서 종사해온 노 대표는 국내에서 과거의 대중적 음료였던 차가 갈수록 선호되지 않는 이유로 차를 맛있게 만들기 위한 중요 요소인 찻잎과 물 비율, 차를 우려내는 온도와 시간이 카페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기존 티백 제품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컵의 양에 맞춘 비율로 제조되지만, 일반 카페에서는 가정에서 쓰는 것보다 큰 14온스(약 400g) 용량의 컵을 사용해 찻잎과 물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녹차와 홍차 등의 찻잎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온도로 차를 우려야 하나 매장에선 개별 적정온도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여기에 티백 제품은 우려낸 지 3분이 지나면 떫은 맛이 나기 시작하는데 카페에서 완전히 우려진 차를 제공하지 않고 티백을 찻잔에 담근 채로 제공되기에 고객이 시간에 맞춰 제때에 티백을 빼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릇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 매장도 많아 고객이 계속 티백을 잔에 넣은 채 마시게 돼 제대로 된 차맛을 음미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노 대표는 지적했다.
티에이블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창업한 만큼, 제대로 우려내기 어려운 티백과 달리 액상 제품을 만들어 편의성과 차맛을 함께 잡는다는 것에 집중했다.
실제로 티에이블이 1년간 조사한 제품 이용후기에서 맛의 우수성을 평가한 내용이 1위로 꼽혔다. 액상화 과정에서 떫은 맛을 최소화해 향긋한 맛을 살려 직접 우렸을 때와 다른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결과로 회사는 풀이한다.
소비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티에이블은 꾸준히 성장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연평균 약 30~50%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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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이블에서 판매하는 루이보스 제품 3종. 사진=티에이블 |
노 대표는 입덧을 겪는 임산부들이 많이 찾는 차인 루이보스를 임신 초·중·후기 증상에 맞게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도 회사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임신 초기에는 상큼한 향으로 입덧을 줄여주기 위해 오렌지를 가미한 루이보스 오렌지를 추천하고, 태아가 안에서 커지기 시작해 장기를 눌러 변비가 올 수 있는 중기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루이보스 푸룬을, 후기에는 출산 전후에 붓기를 빼는 데 적합한 늙은 호박을 가미한 루이보스 펌킨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티에이블은 얼그레이·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차와 캐모마일·페퍼민트 등의 허브티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신제품을 계속 늘려 과일 등 다양한 향을 가미한 가향차나 티에이블에서 배합한 블렌딩(혼합) 차를 제조해 판매할 계획이다.
티에이블은 할리스 등 대형카페에 일부 제품을 공급한 바 있으며, 지난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는 등 소비자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철저한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티에이블은 내년부터 수출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장 규모가 크고 한국식품 선호도가 높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독일에 수출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거래를 접었던 아픈 이력이 있었지만, 일상회복으로 당시 경험을 살려 유럽시장 재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노승욱 대표는 "티백을 대체할 제품으로 액상차가 자리 잡은 뒤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차를 원하게 될 시점이 오면 좋은 잎차도 판매하고 싶다"며 차 제품 개발과 산업발전에 애정을 드러냈다.
ky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