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유류세, 전액 에너지 분야에 투자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5 08:13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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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에너지위원회 위원


정부가 휘발유, 경유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송용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 즉 교통에너지환경세 인하가 오는 10월로 종료되는 것을 감안해 내년도 세입에 그 상승분을 반영했다. 그동안 고유가로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휘발유, 경유, LPG 등에 적용되는 유류세율을 인하해 왔는데, 세율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면 내년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이 올해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서 대표적인 세금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수입을 올해보다 37.5% 증가한 15조3258억원으로 편성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 두 가지 석유제품 사용때 부과되는데 이와 연동되는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소비자 부담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강세 기조를 유지하자 정부는 11월 12일 유류세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20%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오히려 2022년 초에 100달러는 넘어서자 정부는 유류세율 인하 폭을 법정 최대치인 37%로 확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들어 경유, LPG 부탄 세율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휘발유 세율 인하 폭을 25%로 낮춰 4월까지 적용했고, 8월과 10월로 두 차례 추가 연장을 적용하는 중이다. 이 한시적인 인하가 2년 만에 종료되는 것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리터당 각각 475원, 340원의 기본세율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여기에 연동된 교육세 15%, 지방주행세 26%, 부가가치세 10% 등이 더해지는 구조다. 한편 LPG는 개별소비세를 적용받으며 kg당 252원의 기본세율 그리고 개별소비세의 15%인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율을 낮추면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도 동반 하락하고, 반대로 올리면 동반해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 데 이 세율은 탄력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COVID-19 기간에 차량 사용이 감소하며 소비가 크게 줄었던 2020년에도 13조2000억원이 걷혔는데 2022년에는 11조1164억원으로 더 줄었다. 세율 인하가 가지고 오는 효과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2024년에는 15조 325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거의 4조원이나 세금을 깎아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더 걷힌다고 해도 에너지 분야에는 그리 득이 될 것이 없어보인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대부분이 다른 부처와 다른 분야로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원상 회복으로 이득을 보는 분야는 교육, 환경, 교통, 재정 부문이며 에너지 분야는 극히 일부분만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수십조, 수백조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도 국내 소비자가격을 낮추는데 일조해왔다. 에너지 분야 공기업의 부채 증가 속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10여에 달하며, 이제 적자상태가 아닌 에너지공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해당 추가 세원을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해소 등 에너지분야에 사용할 것이라는 발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1.3% 늘어난 11조2214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중 에너지 분야는 올해 보다 10.3% 늘어난 4조7969억원이다. 에너지 분야의 정부지출 규모가 딱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만큼이다. 산적해 있는 부채 문제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새로운 전력인프라 건설, 거기에 기후변화대책까지 시행하려면 이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추가분 4조원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다. 에너지환경세 인상분을 모두 에너지 분야에 배정하는 특단의 조처를 기대하는 건 과연 억지일까?

하긴 아직 세율 인하 종료를 확정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8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려올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전문기관의 전망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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