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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월 서울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 사법 리스크 고조와 함께 목소리를 높이던 이낙연 전 대표가 특히 상징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추미애·이해찬·이낙연·송영길 전 대표 가운데 추미애·이해찬 전 대표는 최근 이 대표 단식에 분명한 지지를 보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전날 이 대표 ‘단식투쟁 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큰 결단을 해서 경각심을 일으켰다. 국민들도 굉장히 주의 깊게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격려했다.
추 전 대표도 지난 2일 ‘진보 본산’ 광주에서 시의회를 방문해 ""정부는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고 조롱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고 있지만 우리가 자꾸 관심을 갖고 ‘이재명 잘했다’, ‘우리도 함께하자’고 외쳐줘야 한다"고 지지했다.
‘돈 봉투’ 의혹에 대응하고 있는 ‘친명계’ 송 전 대표를 제외하면 전 대표들 중 단식 지지를 점치기 어려운 인물은 사실상 이낙연 전 대표뿐인 셈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단식이 시작됐던 지난달 31일 전까지는 상당히 왕성한 메시지를 내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전북도의회를 찾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보강해야 할 부분을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예산 삭감 관련 "혹시라도 민심에 밀리니까 자기 진영이라도 단단히 하자는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며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28일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에 "얼빠진 폭주를 당장 멈추라", 25일에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에 "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안전핀이 꽂혀 있는 수류탄을 머리맡에 놓고 자라고 하면 안심할 수 있겠나" 등 메시지를 내왔다.
거의 격일로 현안을 빼놓지 않고 챙겨왔지만, 유독 이재명 대표 단식에만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총선 종로구에서 ‘차기 잠룡’으로 맞붙었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단식 현장을 이낙연 전 대표가 찾았던 점과도 비교된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당시 황 전 대표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건강이 상하시면 안 되니까 걱정을 전했고, 황 대표가 이렇게 어려운 고행을 하는 그 충정을 잘 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단식 현장은 이낙연 전 대표 뿐 아니라 정부·여당 중 누구도 찾지 않고 있다.
비명계도 친명계와 여권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양측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어제부터 기력이 확연히 약해진 것 같더라. 수염도 덥수룩하고 짠하다"며 "지금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나서가지고 조롱하지 않나. 이것은 단식장 옆에서 먹방하는 유튜브 하고 진배없다. 그냥 막장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단식이 거둘 효과에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조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여러 분들 단식할 때 보면 목적이 간명하고 단순했었다"며 "근데 이번에는 두루뭉술한 게 사실"이라며 "그 어느 것 하나 용산에서 ‘알았다, 그래 내가 받을게’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지금 단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오면 가결시켜야 된다고 대놓고 얘기하기가 참 굉장히 야박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대놓고 얘기는 못 하는 것"이라며 단식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비명계 전략에는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대장동 사례도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낙연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집중 공세를 받는 이 대표에 "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대(對) 국민의힘 전선 선봉장을 사실상 이 대표에 내준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이낙연 전 대표는 의원직을 사퇴하는 배수진을 쳤고, 이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하며 다소 안전한 길을 택했지만 화두는 이 대표에 쏠렸다.
이 대표가 누적 득표율 50.29%로 간신히 과반을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이낙연 전 대표에 대장동은 특히 뼈아픈 지점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원 외 일반 국민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무려 62%대를 득표, 28%대를 얻은 이 대표를 크게 앞섰다.
hg3to8@ekn.kr